
로맨티스트님의 빨강머리 앤의 머리 염색에 대한 고찰 글과 함께 합니다.
제27장 허영심과 속상함(VANITY AND VEXATION OF SPIRIT)을 보면 싸구려 염색약을 잘못 써서 보기 흉한 녹색 머리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도대체 그 염색약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다음은 마릴라에게 넋두리하듯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앤의 장면입니다.
"The pedlar that was here this afternoon. I bought the dye from him."
"Anne Shirley, how often have I told you never to let one of those Italians in the house! I don't believe in encouraging them to come around at all."
"Oh, I didn't let him in the house. I remembered what you told me, and I went out, carefully shut the door, and looked at his things on the step. Besides, he wasn't and Italian - he was a German jew. He had a big box full of very interesting things and he told me he was working hard to make enough money to bring his wife and children out from Germany. He spoke so feelingly about them that it touched my heart. I wanted to buy something from him to help him in such a worthy object. Then all at once I saw the bottle of hair dye. The pedlar said it was warranted to dye any hair and the temptation was irresistible. But the price of the bottle was seventy-five cents and I had only fifty cents left out of my chicken money. I think the pedlar had a very kind heart, for he said that, seeing it was me, he'd sell it for fifty cents and that was just giving it away. So I bought it, and as soon as he had gone I came up here and applied it with an old hair-brush as the directions said. I used up the whole bottle, and oh, Marilla, when I saw the dreadful colour it turned my hair I repretened of being wicked, I can tell you. And i've been repenting ever since."
"행상인 아저씨가 오후에 오셨었어요. 그분한테 염색약을 샀구요."
"앤 셜리, 이탈리아 사람을 집에 들이면 안된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니! 그 사람들이 집 안을 돌아다녔다니 상상하기 조차 싫구나."
"어머, 저는 집에 들이지 않았어요. 아주머니 말씀은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문을 단단히 단속하고 밖으로 나간 다음에 계단에 앉아서 물건을 구경했어요. 게다가 그 아저씨는 이탈리아인이 아니고 독일에서 온 유태인이었어요. 커다란 상자를 갖고 왔는데 재미있는 물건들이 가득했어요. 아저씨는 독일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있다고 했어요. 어찌나절절하던지 가슴이 뭉클했어요. 전 그런 소중한 소망을 갖고 있는 아저씨를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염색약이 눈에 들어왔지요. 아저씨는 이 염색약이 어떤 종류의 머리도 칠흑같이 아름다운 검은색으로 물들이고 물에도 씻겨내가지 않는다고 장담했어요. 전 그 순간 아름다운 검은 머리를 한 제 모습이 떠올라서 도저히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어요. 하지만 한 병에 75센트 하는 염색약인데, 제가 닭장일을 하면서 모은 돈은 50 센트 밖에 남아 있지 않았어요. 아저씨는 아주 인정이 넘치는 분이었어요. 저한테만 50센트에 팔겠다면서 그건 아주 거저 주는 거나 다름없다고 하시잖아요. 그래서 전 염색약을 샀고, 아저씨가 가시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와서 설명서에 적혀 있는 대로 헌 빗에 약을 묻혀서 지시하는 방향대로 약을 발랐어요. 한 통을 다 썼지 뭐에요. 그랬는데.. 아... 아주머니, 전 끔찍한 색으로 변해 버린 머리를 보고서는 제가 저지른 잘못을 뉘우쳤어요. 정말이에요. 그리고 그때부터 계속 후회하고 있었던 거에요."
- CHAPTER AXXVII VANITY AND VEXATION OF SPIRIT
"Anne Shirley, how often have I told you never to let one of those Italians in the house! I don't believe in encouraging them to come around at all."
"Oh, I didn't let him in the house. I remembered what you told me, and I went out, carefully shut the door, and looked at his things on the step. Besides, he wasn't and Italian - he was a German jew. He had a big box full of very interesting things and he told me he was working hard to make enough money to bring his wife and children out from Germany. He spoke so feelingly about them that it touched my heart. I wanted to buy something from him to help him in such a worthy object. Then all at once I saw the bottle of hair dye. The pedlar said it was warranted to dye any hair and the temptation was irresistible. But the price of the bottle was seventy-five cents and I had only fifty cents left out of my chicken money. I think the pedlar had a very kind heart, for he said that, seeing it was me, he'd sell it for fifty cents and that was just giving it away. So I bought it, and as soon as he had gone I came up here and applied it with an old hair-brush as the directions said. I used up the whole bottle, and oh, Marilla, when I saw the dreadful colour it turned my hair I repretened of being wicked, I can tell you. And i've been repenting ever since."
"행상인 아저씨가 오후에 오셨었어요. 그분한테 염색약을 샀구요."
"앤 셜리, 이탈리아 사람을 집에 들이면 안된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니! 그 사람들이 집 안을 돌아다녔다니 상상하기 조차 싫구나."
"어머, 저는 집에 들이지 않았어요. 아주머니 말씀은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문을 단단히 단속하고 밖으로 나간 다음에 계단에 앉아서 물건을 구경했어요. 게다가 그 아저씨는 이탈리아인이 아니고 독일에서 온 유태인이었어요. 커다란 상자를 갖고 왔는데 재미있는 물건들이 가득했어요. 아저씨는 독일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있다고 했어요. 어찌나절절하던지 가슴이 뭉클했어요. 전 그런 소중한 소망을 갖고 있는 아저씨를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염색약이 눈에 들어왔지요. 아저씨는 이 염색약이 어떤 종류의 머리도 칠흑같이 아름다운 검은색으로 물들이고 물에도 씻겨내가지 않는다고 장담했어요. 전 그 순간 아름다운 검은 머리를 한 제 모습이 떠올라서 도저히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어요. 하지만 한 병에 75센트 하는 염색약인데, 제가 닭장일을 하면서 모은 돈은 50 센트 밖에 남아 있지 않았어요. 아저씨는 아주 인정이 넘치는 분이었어요. 저한테만 50센트에 팔겠다면서 그건 아주 거저 주는 거나 다름없다고 하시잖아요. 그래서 전 염색약을 샀고, 아저씨가 가시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와서 설명서에 적혀 있는 대로 헌 빗에 약을 묻혀서 지시하는 방향대로 약을 발랐어요. 한 통을 다 썼지 뭐에요. 그랬는데.. 아... 아주머니, 전 끔찍한 색으로 변해 버린 머리를 보고서는 제가 저지른 잘못을 뉘우쳤어요. 정말이에요. 그리고 그때부터 계속 후회하고 있었던 거에요."
- CHAPTER AXXVII VANITY AND VEXATION OF SPIRIT
염색약병의 가격이 75 센트의 가격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게 싼 가격인지 비싼 가격인지는 모르겠는데 1875년에 강장제 한병의 가격이 1 달러였다고 합니다. 포스터에 나온 체르케스 머리 염색약의 가격은 작은 병이 35센트에서부터 큰 병이 1.4 달러정도 였다 하는데 앤 이야기가 18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가정하면 물가를 고려해서 비싸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앤은 실제로 널리 쓰였고 효과가 좋았던 것으로 보이는 이 체르케스 머리 염색약의 유사품의 큰 병을 산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행상인이 앤을 속여 판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다만 방물장수이다 보니 염색약의 부작용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실제 당시의 독일계 유대인들은 본문에서 보이는 그런 딱한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전쟁 중이던 러시아에서 핍박받던 그들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으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다시 여러 곳으로 유랑했습니다.

그리고 부작용으로 변해버린 녹색 머리 색깔에 대한 단초가 원문에 나옵니다.
"Green it might be called, if it were any earthly colour - a queer, dull, bronzy green, with streaks here and there of the original red to heighten the ghastly effect."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요상하고 칙칙한 구릿빛 초록색에 원래 빨강 머리카락이 얼룩덜룩해서 섬뜩한 느낌까지 있었다.
이런 세사한 묘사가 가능했던 것은 몽고메리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사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문장으로 볼 때, 분명히 앤의 머리에 작용한 성분은 산화구리(Cu2O 또는 CuO)였을 겁니다. 앤이 사용한 그 지역의 물과 염색약이 반응하여 화학반응을 일으켰을 겁니다. 염색약의 주요 성분 중에는 암모니아(NH3)가 있죠. 바로 산화구리는물에는 녹지 않지만 암모니아수에는 녹아서 무색 액체가 됩니다. 실제로 산화구리는 녹색을 내는 안료나 착색제로 지금도 쓰이죠. 워낙 빨강색이 밝고 강렬했기 때문에 녹색과 섞여서 그 효과가 강렬했을 겁니다.
19세기의 염색 이야기를 더 해보면 당시는 유명했던 당시의 염색약 '체르케스 머리 염색(Circassian hair dye)'이 체르케스(Circassian)를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 흑해 북부 코카서스 지방의 체르케스 여인들의 풍성하고 어두운 색깔의 머리가 각광 받았습니다. 근 100년간 계속되고 있던 러시아와 오스만 투르크와의 전쟁의 영향이었는데, 체르케스 여인들의 모습이 신대륙 사람들에게 무척 매력적으로 비춰졌던 거죠. 그들의 모습이 슬라이드로 전시되어 박물관에서 돈을 내고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오른쪽 사진이 바로 대중적이었던 dime museum에서 상영되었던 슬라이드였습니다. 그래서 점차 머리 관리의 기준이 체르케스 미인이 되어 갑니다. 체르케스 미인이 되기 위해서 코카서스인이 될 필요는 없었죠. 사진처럼 머리를 풍성하게 하고 윤기나는 검은색이나 갈색으로 염색하면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류의 염색약이 유행하게 되었던 것이고, 앤이 사용했던 제품도 그런 종류였습니다. 아래의 전단지는 1875년의 것인데 Curran & Co.'s Farmer's and Mechanic's Almanac 의 Circassian Hair Care System에 대한 광고와 사용법이 나와 있습니다. 왼쪽의 것은 'Circassian Hair Restorer' 라는 오일형태의 제품으로 머리숱을 풍성하게 해주고 머리카락을 손상시키지 않는 염색약으로 설명되어 지고 있습니다. 머리를 손상시키는 알칼리나 산, 질산은 같은 것이 들어있지 않다고 되어 있습니다. 앤의 경우는 구리 성분이 들어 있는 싸구려 였겠지만요. 머리가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젊은이의 머리결로 (색깔도 함께) 돌려드립니다 라는 상투적인 문구도 보이네요. 상쾌한 느낌이라는 문구는 역시 암모니아 성분을 의미합니다.

사용법은 아침 저녁으로 빗을 이용하여 머리를 빗어 내리는 방법으로 사용했습니다. 앤이 사용한 것과 같은 방법이죠. (앤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양을 사용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사족으로 여기에도 가끔씩 이야기되곤 하는 마릴라의 인종적인 편경이 나옵니다만, 아마 정확히 이탈리아 사람이니 유태인이니 하는특정인들에 대한 편견은 아니었을 겁니다. 마릴라에게 외국인들은 다 똑같았을 겁니다. 하지만 영국과 북미지역을 유랑하는 이태리 행상인들은 안좋은 소문이 돌았던 것이 사실이었고, 모드 여사의 또 다른 소설 『Kilmeny of the Orchard』의 악인 캐릭터는 "a couple of Italian pack peddlers" 의 아들로 나옵니다.
이글루스 가든 - 빨강머리 앤과 함께 하는 삶




덧글
계속 연구해서 캐나다의 연구자들이 참고하는 한국 킨드레드 스피리츠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ㅋㅋㅋ
그리고, 19세기의 화학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수준이 높았으니까요. 요즘 재미있는 아이템을 많이 올려주시네요. ^^ 덕분에 저도 즉흥적으로 포스팅 하나를 건졌네요.
포스팅 테마가 매우 재밌네요. 요즘드는 생각이 19세기보다 지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더 풍성할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적당히 알고, 적당히 부족하게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그리고 요즘 바쁘신지 포스팅이 뜸하시네요.
그나저나 곧 경만옹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릴 것 같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