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씨네 정원 이야기 by 다음엇지

『빨강머리 앤』에는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아름다운 자연의 생생한 묘사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제12장 「A Solemn Vow and Promise(엄숙한 맹세와 약속)」에는 앤이 다이아나와 처음 만나서 평생을 같이할 마음의 친구가 되기를 서약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 다이아나 집의 정원에 대한 묘사가 등장합니다.

The Barry garden was a bowery wilderness of flowers which would have delighted Anne's heart at any time less fraught with destiny. It was encircled by huge old willows and tall firs, beneath which flourished flowers that loved the shade. Prim, right-angled paths neatly bordered with clamshells, intersected it like moist red ribbons and in the beds between old-fashioned flowers ran riot. There were rosy bleeding-hearts and great splendid crimson peonies; white, fragrant narcissi and thorny, sweet Scotch roses; pink and blue and white columbines and lilac-tinted Bouncing Bets; clumps of southernwood and ribbon grass and mint; purple Adam-and-Eve, daffodils, and masses of sweet clover white with its delicate, fragrant, feathery sprays; scarlet lightning that shot its fiery lances over prim white musk-flowers; a garden it was where sunshine lingered and bees hummed, and winds, beguiled into loitering, purred and rustled.

베리씨네 정원은 꽃으로 가득한 들판같아서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앤에게 기쁨 충만한 장소였을 것이다. 정원 주위에는 크고 오래된 버드나무(willow)와 키 큰 전나무(fir)들로 둘러 서 있고, 아래로는 그늘을 좋아하는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깔끔하게 조가비로 테두리를 두른 각진 통로가 교차하고 있어서 마치 축축해진 빨강 리본들 같았고 그 사이 화단들에는 고풍스러운 꽃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장밋빛 금낭화(bleeding-heart) 와 크고 멋진 진홍색의 작약(peony); 순백의 향기로운 수선화(narcissi) 와 가시많고 향긋한 스카치 로즈(Scotch rose); 분홍, 파랑, 흰색이 어우러진 매발톱꽃(columbine) 과 옅은 보랏빛이 도는 거품장구채(또는 비누풀꽃 Bouncing Bet); 개사철쑥(southernwood) 덤불과 은선초(銀線草, ribbon grass)와 박하(mint); 자줏빛의 아담과 이브(Adam-and-Eve;난의 일종), 나팔수선화(daffodil), 그리고 수많은 스위트 클로버가 하얗게 가냘프고 향긋한 솜털을 흩날리고; 주홍색 번개가 쳐 불붙은 듯한 수레동자꽃(scarlet lightning)들이 하얀 사향꽃 위로 눈에 들어 왔다; 정원은 햇살이 떠나기 아쉬운 듯 서성대고, 벌들이 한가롭게 윙윙대는, 바람조차 매혹되어 지나가기를 주저하면서 속삭이며 살랑거리는 곳이었다.

* 꽃들을 연결하면서 6개의 ';' 를 통해 구분하고 있다는 것은 화단이 6개로 구획지어져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그 사이를 통로가 가로 세로 직각으로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프린스 에드워드섬의 토양은 붉은 색이기 때문에 "젖은 빨강색 리본같은(moist red ribbons)" 라는 표현이 가능하다.

                               - CHAPTER XII A Solemn Vow and Promise

이 부분은 제4장「Morning at Green Gables(그린게이블즈에서 맞이하는 아침)」에 나오는 그린 게이블즈의 묘사와 함께 수수한 마릴라와 화려한 멋을 아는 배리 부인과의 대비가 이루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시 정원을 꾸미고 가꾼다는 것은 단순한 관상의 목적에서만은 아니었습니다. 화려하고 이쁘게 꾸며져 있기는 하지만 공산품을 구하기 어려워서 스스로 많은 것들을 자급해야 했던 시골에서 비누대신에 사용할 세정용으로서, 요리에 사용할 향료나 소스의 재료로서, 그리고 벌레를 쫓거나 급할 때 쓸 상비약으로서 꽃과 허브등은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살림살이였던 것이죠.
본문에서처럼 한 문단안에 꽤 많은 꽃과 풀 그리고 나무가 등장합니다. 작가 몽고메리의 자연과 정원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배어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본문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버드나무 Willow (Salix koreensis)

버드나무科 버드나무屬에 속하는 나무로 종류가 많습니다. 북미에만도 버드나무屬에 속하는 것이 100종류에 육박한다고 하죠. 활엽수이고 대부분 물가를 좋아하고 길게 가지를 늘여뜨리고 있죠.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는 자생종과 유럽에서 반입된 것을 합쳐서 약 10 종류가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넓은 잎을 갖고 있는 Beaked willow(Salix bebiana)와 갯버들이라고 불리는 Pussy willow(Salix discolor)는 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섬에서 볼 수 있는 버드나무의 상당수는 1~2 m 정도의 키가 작은 교목이나 관목의 수풀형태를 갖지만 그린 게이블즈의 이탈리아 포플러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버드 나무나 배리씨네 집 현관 앞의 커다른 버드나무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능수버들, 수양버들(Salix babylonica)이라 불리는 Weeping willow 일 것입니다. 가지가 축축 늘어져서 여름에도 좋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이 나무는 4 ~ 5 m 정도의 큰 나무로 자랍니다. 원산지는 중국이고 북미에는 역시 유럽을 통해 반입되었습니다.

전나무 Fir (Abies balsamea)

소나무科전나무屬에 속하는데 높이가 15m 에서 60m 까지도 육박하는 침엽수로 약 25 종류가 있다고 하고 북미 대륙에는 10 종류가 확인되었다고 하네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자생종은 발삼전나무(Balsam fir)로 가문비나무(spruce)와 함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옆에서 보면 나무의 모양이 예쁜 삼각형 형태를 이루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주로 사용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재료가 됩니다. 나무의 진액을 가지에 묻혀서 불에 넣으면 표면에 막이 생겨서 무지개빛을 띄게 되는데 앤과 다이아나가 드라이어드 샘에서 하고 놀던 것은 바로 이런 형태의 놀이입니다.

금낭화 Bleeding-heart(Decentra spectabilis)

양귀비목 현호색科의 여러해살이 풀로 뒤에 Windy Willow 저택의 정원에도 등장합니다. 몽고메리의 일기에서도 할머니적 시대에서부터 정원을 지키고 있던 고풍스러운 꽃이라고 묘사하면서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4개의 꽃잎을 가진 하트 모양의 꽃이 줄기 끝에 주렁주렁 매달리는데 바깥 꽃일 2개의 밑부분이 꿀주머니이고 안쪽 꽃잎은 모여서 관 모양의 돌기가 됩니다. 원산지는 중국이고 보통 30~60cm 정도의 키를 가지고 보통 분홍색이지만 하얀색 꽃도 있습니다. bleeding heart 라는 이름은 역시 심장 모양에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때문인데, 고대 그리스의 하프인 Lyre 를 닮았다고 해서 Lyre-flower로 불리기도 합니다. 기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역시 산악 지방인 설악산에 주로 분포하며 봄에는 어린 잎을 채취해서 나물로 먹고, 우리나라 이름이 금낭(錦囊)인 이유는 한방에서 약으로 쓰기 위해 서 말린 것을 금낭(錦囊)으로 부르기 때문인데 타박상, 종기등의 치료제로 사용합니다.

작약 Peony (Paeonia lactiflora)

동양에서는 나무에서 피는 것을 모란, 풀은 작약으로 구분하지만 영어에서는 모두 Peony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모란은 Tree Peony 로 부를 수 있겠네요. 중국 원산이고 여러해살이 풀로 오래전부터 관상용으로 키워져 왔고, 구근을 진통제나 토혈, 빈혈, 타박상 등의 치료제의 용도로 약용하기도 합니다. 배리씨네 정원에서는 물론 화단에 심어져 이쓰니 작약으로 봐야 할 겁니다. 5~6월 정도에 줄기 끝에 꽃이 한개 피는데 크고 아름답습니다. 색깔은 붉은색, 흰색, 분홍색, 보라색 등 꽤 다양하고 많은 품종이 있는데 다이아나네 정원에는 크고 짙은 진홍색의 작약이 피어 있습니다.


수선화 Narcissus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아래에도 나오겠지만 나팔수선화(Daffodil) 와 같은 학명을 갖는데 꽃 안쪽의 화관이 짧은 것을 수선화(Narcissus) 긴 것을 나팔수선화(Daffodil)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꽃이 이쁘고 재배가 쉽기 때문에 꽃꽃이에 적합하고 인기가 있는 꽃입니다. 원산지는 중국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 지중해 연안이라고도 하지만 전세계 곳곳에 두루 분포해 있습니다. Narcissus는 narcotic(마취약, 수면제) 와 어원이 같은데 옛날에는 수선화의 향기에는 마취 효과가 있다고 믿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약효가 없는 것이 밝혀져서 관상용으로만 씁니다. 몽고메리의 일기에도 등장하는데 어린 소녀 시절 가장 좋아하던 정원의 꽃으로 7월의 백합(June lily) 라고 이름 붙였던 추억을 가진 꽃이라고 적어 놓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장미 Scotch Rose (Rosa spinosissima)

장미科 장미屬의 여러해살이 풀로 유럽 원산이고 북미 초기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에 의해 반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1.5m 정도의 높이로 자라며 가시가 많은 가지 끝에 3~5cm 정도의 꽃을 피웁니다. 흰색이 보통이지만 분홍 과 노랑꽃도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장미들은 보통 붉은 색의 들장미들이지만 배리씨네 정원에는 고풍스러운 흰색 스코틀랜드 장미가 피어 있습니다. 본문에는 색깔이 지정되어 있지 않지만 이야기 뒷부분에 나오는 호텔 음악회에서 시낭송을 하는 앤을 위해 다이아나가 꺽어 온 뜰의 장미가 흰색이었기 때문에 흰색으로 유추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후에 매튜의 묘에 심는 스코틀랜드 장미도 바로 이 흰 색의 장미입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장미도 우리가 생각하는 화려한 원예종 장미와는 거리가 있는 소박한 품종입니다. 매튜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봐야겠죠.

매발톱꽃 Columbine (Aquilegia)

미아리재비科의 여러해살이 풀로 배리씨네 정원에는 분홍색, 푸른색, 그리고 흰색 매발톱꽃이 피어 있습니다. 북반구 온대지방에 두루 분포하고 있는 꽃으로 원예종으로도 많이 개발되어 있고 위에 나온 색 외에도 보라색, 빨강색, 노랑색도 있다고 합니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지름이 3cm 정도고 가지 끝에서 아래를 향해서 달립니다. 꽃잎은 5장이고 길이가 1.2 ~ 1.5 cm 정도이고 꽃잎 밑동에 꿀주머니가 있습니다. 북미쪽에서 사는 벌새가 주로 꿀을 마시는 꽃이 바로 이 매발톱꽃 Columbine 이죠. 북미의 원종인 Aquilegia vulgaris는 독이 있어서, 인디안들이 약재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몽고메리는 펜팔 친구인 맥밀란씨에게 쓴 편지에는 이 꽃에 대해 "제가 머물고 있던 집, 옛 친구의 과수원에서 자라는 매발톱꽃의 흰색이나 분홍색의 종모양의 꽃잎 안에는 요정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라는 낭만적(?)인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비누풀꽃 거품장구채 Bouncing-Bet

연보라빛이 도는 패랭이꽃으로 보통 번역하지만 정확히는 거품장구채꽃으로 매우 실용적인 허브입니다. 북미 야생종으로 주로 강의 제방이나 길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북미의 개척자들은 꾸리를 깍아 국물을 우려내서 피부독등을 치료했다고 합니다.

뿌리와 잎에는 사포닌이 포함되어 있어 물에 넣고 30분쯤 끓이면 거품이 이는데 이것을 걸러내서 천연 비누나 샴푸로 이용합니다. 말린 뿌리를 가루내어서 가래를 없애는 거담제로도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누풀(Soap wort)로도 불리는데 중세때부터 세척액으로 사용될 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는데 빨래터에는 항상 이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에도 아랍권에서는 모직물 세탁을 위해서 재배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개사철쑥 Southernwood (Artemisia abrotanum)

국화科 쑥屬의 여러해살이 풀로 그 실용성에 의해 북미 초기 개척자들이 반입했습니다. 쑥인만큼 어린잎을 채취해서 감미료나 맥주 그리고 케익등의 향미를 내는데도 쓰이고, 강장효과가 있다고 해서 허브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다 자라면 줄기가 나무같이 딱딱해지기 때문에 wood 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여름에 피는 꽃은 꽃잎이 없는 설상화로 씨와 꺽꽂이로 번식이 됩니다. 잎은 깊이 찢어져 실같이 가늘고 다소 흐린 녹색입니다. 강하고 달콤한 향기가 있는데 소독, 살균의 효능이 있고 다른 식물들 사이 사이에 같이 심어 놓으면 해충을 막아 주기 때문에 매우 실용적인 허브입니다.

은선초 Ribbon grass (Phalaris arundinacea var. picta)

흰줄갈풀이라고도 하는데 화본科 여러해살이 풀로 잎에 흰색의 줄무늬가 있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사랑받습니다. 보통 산기슭 아래 양지바른 물가에서 자라는데 줄기가 성장하면 70~180cm 까지 매우 높게 자라기 때문에 화단 곁에 심기도 하는데 테두리로 쓰기에는 알맞지 않습니다. 꽃은 6월에 자줏빛이 도는 연한 녹색으로 피고 원추꽃차례로 달립니다. 작은 가지에는 편평하고 끝이 뾰족한 작은 이삭이 뻑뻑하게 붙는데 열매는 10월에 익습니다. 은선초(銀線草)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우리나라에서도 관상용으로 심습니다.

박하 Mint (Mentha)

꿀풀科 박하屬의 여러해살이 풀로 줄기의 단면이 사각형인 것이 특징이죠. 여름에 연보라, 흰색, 분홍색 등의 꽃이 피는데, 잎 표면에 기름샘이 있어 여기서 강한 기름을 분비하는데 강한 향기의 박하기름이 이 기름샘에 저장됩니다. 박하는 그 쓰임새가 많다 보니 수많은 야생종 외에도 다양한 재배종이 있고 셀 수 없이 많은 잡종들이 있습니다.

Wild mint(Mentha arvensis)
와일드 민트는 북미 자생종으로 보통 주변에서 접하는 박하입니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강의 제방이나 연못 부근에서 주로 발견된다. 잎에는 모양이 없고 분홍, 연보라, 흰색의 꽃이 핀다. 높이는 보통 15~60cm 정도.

Spearmint(Mentha spicata)
기름의 주요 성분이 멘톨(mentol)이어서 껌재료로서 많이 알려져 있는 스피어 민트는 '네덜란드 박하' 라고도 불리며 유럽 원산입니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도 반입되어서 재배용으로 길러졌는데 귀화되어서 길 주변등에서 발견됩니다. 꽃은 보통 연보라색으로 향기가 강합니다. 주로 정원에 심는 박하가 바로 스페어 민트인데 잎은 황록색으로 말려서 쓰거나 생으로도 씁니다. 사탕, 음료, 젤리, 샐러드, 치즈, 고기, 생선, 소스, 야채 등의 맛과 향을 내는데 씁니다. 페퍼민트보다는 청량감이 떨어지는 편이죠.

Peppermint(Mentha piperita)
페퍼민트 역시 유럽 원산으로 반입되어 재배용으로 기르다가 귀화되어 야생에서도 발견됩니다. 조미료를 만드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데 꽃은 분홍빛이 도는 연보라색입니다. 스피어 민트와 마찬가지로 자극적이고 매운 맛을 가지지만 뒷맛의 청량감이 특징입니다. 잎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기름은 멘톨(mentol) 과 멘톤(menton) 으로 나뉘는데 멘톨은 북미에서 오랫동안 진통제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아담과 이브, 서양란 Adam-and-Eve (Aplectrum hyemale)

난초科에 속하는 식물로 사실 정확하게 이야기에 나온 Adam-and-Eve가 무엇인지 밝혀진 것 같지는 않지만『The Annotated Anne of Green Gables』에 보면 Aplectrum hyemale라는 학명과 함께 황갈색의 꽃이 피는 미국란의 일종이라면서 putty-root 로도 불린다고 나와 있습니다. 난은 보통 두개의 덩이뿌리, 괴근을 갖고 있는데 난이라는 Orchid의 어원인 Orchis 라는 말의 어원이 그리스어 orkhis 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바로 남자의 睾丸을 의미합니다. 둥그런 덩어리가 2개씩 붙어 있는 것을 남자의 거시기에 비유한 것이죠. 난에 최음작용이 있다고 하여 정력증진제로 사용된 것도 이런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난의 2개의 괴근을 아담과 이브(Adam and Eve)로 부르기도 하는데 아마도 여기에서 아담과 이브라는 이름이 나왔을 것 같습니다. 두개의 괴근을 물에 넣었을 때 가라앉는 쪽을 아담, 뜨는 쪽은 이브로 부르는데 올해 꽃을 피우는 충실한 구근은 무거워서 물에 가라앉고 내년에 꽃을 피우는쪽은 아직 가벼워서 물에 뜬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서양란의 대부분을 모두 아담과 이브로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이 부분은 "자주빛 꽃이 피는 서양란" 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야생란이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는 자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원을 가꾸는 원예취미가 몽고메리 시대에도 유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The Annotated Anne of Green Gables』에서 putty-root 를 언급한 것 또한 근거가 있는 해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putty-root는 괴근의 접착력을 사용해서 깨진 도자기를 붙이는 데 본드 대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원에 심곤 헀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잘 자라서 볼만한 꽃들을 피우기 때문에 북미쪽에서는 꽤 원예종우로 선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나팔수선화 Daffodil (Narcissus pseudo-narcissus)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나팔수선화는 수선화와 같은 학명 Narcissus를 공유합니다. 둘다 구근으로 번식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오래전부터 꽃을 가지채 꺽어서 관상용으로 이용하거나 화단용으로 재배해 왔습니다.

꽃은 지름이 6cm 정도이고 꽃받침과 잎이 모두 6개씩 이중으로 이루어져 있고 옅은 노랑색이나 흰색을 띕니다. Daffodil의 어원은 그리스어 Asphodel 로 Asphodel fields 에 피는 불사의 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몽고메리의 일기에도 이 꽃이 등장하는데 1907년, 아직『빨강머리 앤』이 출판되기 한 해전 1월의 일기에 등장합니다. 당시 남편이될 이완 맥도날드와 언약을 한 상태였지만 이완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 우울증세에 빠져 있었습니다. 증상은 두통과 불면증. 거기에는 밤새 코를 고는 외할머니도 한 몫하고 있었죠. 몽고메리는 큰 상자에 나팔수선화를 심어서 따뜻한 실내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마침 큰 상자 가득히 노랑꽃들이 가득피어서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스위트 클로버 Sweet Clover(Melilotus alba)

콩科의 2년생풀로 상번초(上繁草)에 속합니다. 90cm 에서 2m 까지도 자라는 꽤 키가 큰 풀이다. 유럽 원산으로 원래는 양봉을 위해서 재배되었다고 합니다. 이름처럼 달콤한 향이 나며 벌을 부른다. 학명의 'Meli' 는 그리스어로 '꿀'을 뜻한다고 하네요.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는 가축의 사료나 질소 비료 대신에 토양에 질소를 공급하기 위해서 반입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 속의 그린 게이블즈로부터 도깨비숲까지 펼쳐진 목초지는 땅에 붙어서 퍼지는 토끼풀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고 CHAPTER XXXVIII「The Bend in the road」에 나오는 "There was a freshness in the air as of a wind that had blown over honey-sweet fields of clover."의 그 honey-sweet 는 바로 배리씨네 정원에 심어져 있던 것과 같은 종류의 Sweet Clover가 맞을 것입니다. '빛나는 호수(the Lake of Shining Waters)'가 배리씨네 집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혹 정원의 Sweet Clover 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앤의 코에까지 닿은지도 모릅니다.

수레동자꽃 Scarlet lightening (Lychnis chalcedonica)

석죽科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볕이 잘 들고 습기찬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꽃은 줄기 끝에 모여서 피고 주로 빨강색이지만 분홍이나 흰색도 있다고 합니다. 북미에서는 대표적인 화단 원예용 관상식물입니다. 속명인 Lychnis는 그리스어로 '불길'을 뜻하는데 강렬한 주홍색 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불타는 사랑(Burning Love), 거무스름한 연어살빛(Dusky Salmon), 예루살렘 십자가(Jerusalem Cross), 말타 십자가(Maltese Cross)로도 불립니다. 몽고메리 일기에도 역시 등장하는데 고풍스러운 정원(Old-fashioned garden)에서 빠질 수 없는 꽃이라고 언급하고 있죠.

사향꽃 Musk-flower Musk-mallow (Melva moschata alba)

Musk mallow역시 Adam-and-Eve 와 마찬가지로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꽃을 지칭하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많습니다.

역시『The Annotated Anne of Green Gables』를 참고하자면 구주아욱이라 불리는 Musk-mallow 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향을 내는 꽃들은 분홍색 꽃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Musk-flower 중에서 Musk-mallow를 지칭한 이유는 당시 정원에서 많이 재배하던 종이고 흰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18세기 북미의 정원에서 musk flower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또는 설탕을 정제하는데 쓰는 섬유를 뽑아 내거나 향을 이용하는 healing herb의 용도로 scarlet-lightning 과 함께 많이 키우던 것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musk flower는 당시 원예 시장에서도 꽤 복잡했던 모양으로 정원에서 키우던 꽃들을 관심을 갖고 연구하시는 일본분은 『주석달린 빨강머리앤』의 추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꽃이였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할지라도 당시 정원에서 키우던 꽃 특히 musk flower 라면 어떤 실용적인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일러스트는 《赤毛のアンの庭》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림의 저작권은 해당 사이트와 저자에게 있습니다.

덧글

  • 2009/06/08 01:1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다음엇지 2009/06/08 01:18 #

    아마도 그곳은 바로 지금이 가장 정원이 아름다운 시절이겠지요.
    아파트에 살다 보니 깨끗한 공기 호흡하며 이쁘게 정원을 꾸미는 것이 작은 소망이 되기도 합니다.
  • 로맨티스트 2009/06/08 15:20 # 답글

    다이아나네 정원은 에버랜드급이어요.
  • 다음엇지 2009/06/08 15:32 #

    생존을 위한 꽃과는 급이 다르겠지요. ^^
  • Hyeon 2009/06/16 21:03 # 답글

    빨강머리 앤 원문 읽기를 꼭 도전해봐야겠네요. 역시 섬세한 묘사의 1인자시네요 몽고메리 여사...
    저 장면 정말 좋아요~~~ *^^*
  • 다음엇지 2009/06/16 23:16 #

    예전 번역에서는 생략되곤 했던 부분이죠. 원문으로 보시게 되면 새로운 맛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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