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든의 교향곡은 소년 합창단을 나와 독립했던 1750년 중반부터 1795년에 이르기까지 108곡에 이르는 교향곡을 45년 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일궈냈다. 긴 시간인 만큼 그가 활동한 시점에 따라 곡의 개성과 특성이 달라진다. 보통 아래와 같이 4개의 시기로 나눠서 분류하는 것이 보통이다.
1) 빈시절의 초기 작품들
2) 에스트라하지가에서 일하던 시절의 작품들
3) 오페라 작곡가로서 활동하면서 같이 썼던 작품들
4) 에스트라하지 가문을 떠나서 자유로운 신분으로 쓴 말년의 작품
그가 '교향곡의 아버지' 라고 불린다고 해서 그가 교향곡을 발명한 것은 아니다. 교향곡의 일반적인 특징들은 이전에 이미 정립되어 있었다. 다만 좀 더 정교하고 풍성하게 그리고 4악장 구조를 정착시켰다. 그의 2)번 시기의 대표적인 6악장 교향곡 '멍청이' 가 연극 공연 전에 연주되었던 것처럼 그 이전의 교향곡들은 서곡적인 차원에 머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단순히 실내악과 구분되는 규모의 신포니아 수준으로 모음곡 형식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던 것을 1악장은 때로는 장중한 도입부가 붙어 있는 소나타 형식을 2악장은 완만하고 느린 복합 3부 형식의 악장으로 그리고 모음곡의 잔재가 남아 미뉴엣이 자주 등장하는 3악장과 빠르고 경쾌한 론도형식의 4악장의 배치를 확립했다. 이를 기본으로 해서 후배 작곡가들은 점차 여러가지 변화를 주면서 이 장르를 발전시켜 나갔다.
18세기말은 급격한 정치 사회적 변혁을 거치면서 연주회 활동의 비중이 증대되면서 교향곡이라는 쟝르가 점점 넓은 관객층을 확보하면서 진지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수준 높은 작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던 때였다. 서곡에 해당하던 신포니아가 이제 주빈이 되고 있던 것이었다. 음악의 중심지였던 빈보다는 공개 연주회가 발달했던 런던과 파리에서 특히 교향곡의 인기가 높았다. 하이든이나 그의 제자 플라이엘이 런던과 파리에 초빙되게 되는 과정은 이렇게 수요가 증가하여 우수한 작품이 필요했음을 반증한다.
▲ 초기 교향곡의 재발견
1760년대 작곡된 Symphony No.26 in D minor "탄식(Lamentatione)"
I. Allegro assai con spirito
Adam Fischer, Austro-Hungarian Haydn Orchestra
이전에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정리할 때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들 도시에 비해 빈은 아직 공개 연주회가 발달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변변한 전용 연주회장도 없었고 전문 연주자들도 악기도 없었다. 대신에 모짜르트 같은 작곡가가 직접 뛰어다니면서 입장권을 팔고 예약을 받아 진행하는 예약 연주회가 성행했다.
이런 격변의 시대에 하이든이 바로 교향곡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진화를 주도한 주역이었던 것이다. 우선 공연장과 연주회의 성격에 맞게 기악 편성이 확대되고 연주 시간이 길어졌다. 교향곡 전체의 인상을 대표하는 1악장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주제의 제시보다는 그 주제를 어떻게 다루고 발전시킬 것인가 즉, 전개부를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해 졌다. 곡이 지루하지 않기 위해서는 곡의 긴장감이 유지되어야 한다. 긴장감을 유발하는 2개의 주제를 대비시키고 변화하면서 전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제시부의 주제와 항관없이 전개부에서 충분히 긴장감있게 그리고 다채롭고 풍부하게 전개할 수 있다면 주제의 일관성을 드러내는 데는 더 이점이 있다. 바로 하이든이 이 전개부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초일류였다.
▲ Symphony No.60 in C Major "멍청이(Il Distratto)"
I. Adagio - Allegro di molto
Yaron Gottfried, Israel Kibbutz Orchestra
그렇다고 장대하고 긴장감있는 음악이 다가 아니다. 너무 변화와 긴장에 치중한 나머지 곡이 산만해 지면 청중들이 곡을 따라가기 힘들다. 현재 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청중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사이사이 강한 총주를 삽입함과 동시에 총휴지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기법이 발달하게 되었다.
관현악 어법적인 측면에서도 기존의 실내악적인 것에서 복잡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지역적인 것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각자의 전통을 갖고 있떤 양식들인 갈랑 양식, 만하임 양식, 슈트룸 운트드랑, 실내악 양식, 바로크 음악 양식과 오페라 부파 등의 수많은 어법들이 교향곡으로 총집결하게 된다. 이런 다양한 어법들을 잘 버무려서 다양한 취향을 가진 청중들을 고르게 만족시켜 줄 수 있는가가 성공의 척도가 되었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변화가 오는데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정착되어 왔고 인기가 높았던 협주곡은 청중들이 곡의 구조와 진행을 인식하기도 쉬웠고 카덴짜라는 특유의 형식으로 인해 종결부를 강조하기도 쉬웠다. 교향곡의 경우에도 그런 요소를 넣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보니 곡의 종결부에 등장하는 코다의 길이를 조정해서 청중들이 끝을 알아차리게 한다거나 으뜸화음을 반복하면서 강조하는 방법으로 이제 곡이 끝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베토벤의 3번 이나 5번 교향곡의 피날레를 떠올려 보자.
청중들이 다양한 만큼 그들에게 친숙한 요소들을 삽입해 주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했다. 친숙한 민요나 오페라의 곡조 그리고 행진곡이나 사냥 등을 연상시키는 나팔소리와 춤곡의 리듬등의 배치는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충격 요법도 빠질 수 없다. 독창적이고 참신한 것을 각인시켜야 했던 것이다. 음계를 좌르르륵 훑고 올라가는 만하임 로켓 이라던가 폭풍 소리같은 타악기 연타나 비창 교향곡 3악장에서 등장하는 피치카토 연주만으로 한 악장을 시작하는 어법이 이때 이미 등장했다.(메월의 교향곡 1번 3악장) 하이든의 경우도 피아니시모에서 갑자기 포르테시모의 최강주를 하는 하이든의 교향곡 94번 '놀람' 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 이런것들이 당시 작곡가들의 고민의 흔적이다.
▲ 쌩뚱맞게 갑자기 종결부에 쳄발로 카덴짜가 등장하는
Symphony No.98 in B flat Major, IV. Finale - Vivace
Bernstein, New York Philharmoniker
하지만 이렇게 너무 대중의 취향과 인기에만 부합하고자 하다 보면 자칫 천박해져 보일 수 있다. 더구나 수준높은 소위 엘리트 지식인들도 안배해야 했던 것이다. 참으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준높은 그들을 위해서는 제시된 주제를 이리저리 변화시키고 나누었다가 다시 조립한다거나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전체적인 일관성을 가진 모티브를 공유하고 다음에 나올 악장을 암시하거나 처음의 악장을 뒷부분에서 회상해 온다거나 하는 조직적인 구조성도 갖추어야 했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대위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것이 필요했다. 하이든 자신도 푹스의 책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대위법을 익혔고 제자들에게 전수했다. 하지만 아직은 연주자들의 수준이 고르지 않은 대규모 악단에서 더구나 간신히 화음 진행을 쫓아 가던 저음 현악기 연주자들에게 높은 기교를 요구하는 것이 무리였기 때문에 호모포닉적인 작곡과 연주를 갑자기 대위법이 적용된 폴리포니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작곡 기법과 연주자들의 기교 향상 및 직업 연주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교향곡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피날레 부분에서 폴리포니적인 요소를 보이는 푸게타(Fughetta)가 선보이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 부터이다.
▲ 보통 론도와는 달리 주제가 비정상적인 경우와 2중 푸가로 발전하는
Symphony No.101 "시계" in in D major, IV. Finale - Vivace
하지만 아직 낭만주의 시대가 아니었다. 기교나 기법이나 지나침보다는 중용을 요구했다. 유희와 지적인 분위기는 균형을 맞춰서 세련된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했다. 모짜르트의 말을 빌자면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고, 자연스럽지만 지루하지 않아야 했던 것이다. 지나치게 화려한 기교는 전체적인 곡의 균형을 깨뜨리게 되기 때문에 경계대상이었다. 모짜르트나 하이든은 이런 부분에 누구보다도 뛰어났고 18세기말 수많은 요구와 변화가 치열하게 뒤섞이면서 관현악이 급속도로 발전되는 시기에 중심을 잡고 조화로운 교향곡의 발전을 이끌었고 다음 주자인 베토벤에게 이어주게 된다. 이후 교향곡의 발전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바야흐로 클래식 음악 쟝르의 꽃인 '교향곡의 시대'가 시작되는 19세기를 맞이하게 된다.
▲ 그의 마지막 교향곡 Symphony No.104 "런던" in in D major
IV. Finale: Spirituoso
Mariss Jansons, 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




덧글
저는 개인적으로 올해 멘델스존이 좀 조명받았으면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온통 베토벤 뿐이라 아쉬워요.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을 무척 좋아합니다만 협주곡도 곧 볼 수 있겠죠? 기대하겠습니다. =)
그나저나 남들이 연주한 '천지창조'는 좋더군요. 멋있고.. 직접 연주할 때는 그런 느낌을 잘 못 받았는데 그건 역시 실력이 부족해서였나봐요. 호호.. :)
예상하셨던 대로 '천지창조'에는 상당히 복잡한 고려가 있습니다. Tone Painting 이라고 하는데 오케스트라가 가사의 내용을 묘사하고 상징적 의미를 나타냅니다. 음악마다 끝맺는 부분도 전통적인 방법을 벗어나서 가사의 내용의 표현에 방점을 둡니다. 레치타티보에 반주를 넣으면서 시정을 더한다던가, 당시 오페라에서 사용되던 다 카포나 콜로라투라 양식 같은 파격적인 양식의 도입등을 통해서 통상적인 음악적인 규율등을 깨고 가사에 초점을 맞추어서 파괴합니다. 그러다 보니 낭만주의에서 보이는 모호하고 몽환적인 음색이라던가 형식을 파괴하고 표현에 중점을 두는 등 파격적인 요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