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rek: The Beginning by 다음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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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극장으로 마실을 다녀 왔다. 트레키라는 말을 감히 갖다 부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워낙 시리즈를 좋아하기 때문에 개봉일을 마추지는 못했지만 다음날 밤에 즉흥적으로 서둘러 표를 구해서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짧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단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하다. 풋풋한 신세대들의 좌충우돌 흥겨운 스페이스 오페라였기에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보았을 것이다. 주변의 관객들 반응도 꽤나 흥겨웠다.

이번 관람의 최고의 인상은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따다 물고요~~" 였다. 봄은 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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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the Final Frontier. These are the voyages of the starship Enterprise.
Its five-year mission: to explore strange new worlds, to seek out new life and new civilizations, to boldly go where no man has gone before.


마지막 멘트와 엔딩 크레딧 장면은 울컥했는데 그것만으로도 트레키의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던데, 그렇다면 잠시 트레키적 잡담을 몇 마디 해 본다.

우선 아무런 사전 예습 없이 무작정 가서 보았기 때문에 처음 인상적인 5분의 시간 동안 아버지 커크가 전사하면서부터 어안이 벙벙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 작품은 진정한 의미의 "비기닝"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스타 트렉의 이야기가 아닌 평행 우주의 또 다른 주인공들의 시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커크는 아버지에게 엘리트 교육을 받은 수재 출신이다. 비기닝에서도 역시 머리 좋은 수재임이 언뜻 비춰지지만 의외로 싸움 능력은 떨어지는 그래도 강단있는 반항아로 그려진다. 20세기에 무지했던 커크가 실제로는 20세기 자동차 수동 운전을 즐겼던 마니악한 드라이버였다는 설정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체적으로도 플롯 상에서도 좀 억지스러운 장면들이 꽤 보이는데 흥겨운 액션 리듬과 빠른 진행과 비주얼이 이런 것을 덮어 준 셈이다.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항명죄로 방출된 행성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의 스팍이 나타난다. 더구나 스캇까지.. 이들을 만나면서 급격하게 갈등과 사건들이 해결되기 때문에 좀 맥이 빠진 건 사실이다. 스타플리트가 당나라 군대가 아니건만 그의 인연과 이벤트로 인한 초고속 승진은 의아하다. 하긴 제네시스 행성에서 극적으로 재생된 스팍을 떠올려 보면 그의 존재 자체가 스타 트렉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쪽 세계에서건 저쪽 세계에서건 스팍은 커크 존재의 버팀목이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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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트레키들에게 자막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다지 문제삼지 않을 수도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 들에서 끌어온 클리쉐들이 여기저기 등장하기 때문에 중간에 풋.. 풋... 거리면서 볼 수 있었다. 셜록 홈즈의 명대사를 눈치 채신 분은 계실런지? 아내는 역시나 항법사 체코프 캐릭터를 가장 좋아했다. 그 어눌한 발음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수다스럽고 유식한 러시아인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 성격이 잘 드러난 것 같다. 히카루 술루 같은 경우에도 원작에서도 신비한 동양의 비밀인 무술인으로서의 면모가 살짝 비추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의 하나인 다이빙 신과 굴착기에서의 전투신에서는 완전 닌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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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야시 마루 테스트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겠다. 영화를 보고 의문점이 있어서 다시 『칸의 역습(The Wrath of Khan)』와『Voyager』를 찾아 보았다. 영화에는 '코바야시' 라고 나오지만 '코바야시 마루' 가 맞다. 적어도 '코바야시戶' 라고 했어야 옳다. 스타플리트 아카데미의 생도들에게 살아남을 수 없는 절대절명의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위해 만들어 진 것이다. 머리숱이 적은 험상굳은 클링곤 적대세력에게 포위된 상황을 맞이하게 된 함정은 파괴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칸의 역습(The Wrath of Khan)』테스트 장면에서는 유명한 TV 시리즈들로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커티스 앨리가 벌칸인 사빅 중위로 분해서 함장 역할로 출연한다. 테스트 후 커크와 스팍의 대화에서 커크가 3번의 테스트 끝에 통과했지만 임기응변이 돋보이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통해서 인정받은 에피소드가 나온다. 물론 평행우주인 우리의 비기닝에서는 다른 결론으로 대기발령과 함께 근신 처리를 받지만 말이다. 다만 이 상황은 중립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무 중에 중립지역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다면 테스트가 이루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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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행성 파괴에 의한 종족 멸종이라는 설정이다. 영화에도 벌칸과 로뮬란은 조상이 같은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그들이 갈라지게 된 것은 멸종 위기에 닥친 그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의 차이였다. 그들은 무척이나 폭력적인 종족이었기 때문에 벌칸인들은 그들 유전자로 전해지는 폭력성을 철저한 이성과 논리로 폭력성을 억눌러 감정을 지움으로써 생존을 도모한다. 실제로 오리지널에서도 그들은 방대한 지역에 분포하여 넓은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벌칸인이나 로뮬라인들이나 모성이 파괴된다고 해서 멸종할 일은 없다. 더구나 로뮬란은 TOS에서는 연합과 거의 왕래가 없는 신비의 종족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엄연한 연합의 일원이다.『은하 영웅 전설』을 참고해 본다고 해도 이미 넓은 우주에 걸쳐 인류가 살게 되면서 지구라는 별은 인류의 발상지라는 것 외에는 파괴되건 말건 큰 인류의 역사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스타 트랙의 세계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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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TOS 나 TNG 에 대한 지식은 방해만 될 지도 모른다. 영화가 지겨웠는지 잠을 쫓으려고 했는지 밤 11시가 되도록 집에 가지 못하고 극장 맨 앞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나리~ 나리~ 개나리~'를 불러제꼈고 우리들은 또 하나의 스타트렉의 시작에 즐거운 추억을 곁들이게 되었다. 아무리 영화를 보고 싶었다고 해도 그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까지 대동하고 극장을 찾은 부모들이 장하다. 아무튼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헐리우드의 신예들을 수혈했고 흥행에 성공한 만큼 이를 계기로 말라가던 고목인 TOS 에 다시 싹이 틔워질 수 있을까. 10편의 극장판 DVD 박스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면 고무적이기도 하다.

덧글

  • jj 2009/05/19 07:17 # 삭제 답글

    사족하나 첨부하자면...
    제인 배들러가 아니고 커스티 앨리입니다.
    마이키 이야기에도 나왔고 미니시리즈 남과 북에서도 나왔지요.
    현재는 살이 너무 찌셔서...fat actress라는 미니시리즈에서 주연을...ㅠㅠ
  • 다음엇지 2009/05/19 10:43 #

    맞습니다. 제가 착각을 했었네요. ^^
  • 로맨티스트 2009/05/19 09:20 # 답글

    앤 셜리가 나오기도 했던 스타트렉 시리즈가 영원하기를...
    저도 빔업 해주세요. 쓩~
  • 다음엇지 2009/05/19 10:42 #

    그러고 보니 Kim Baden 이 나왔었죠. TNG 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앤과 또 연결이 되네요.. 하하..
  • 잠본이 2009/05/21 00:42 # 답글

    벌컨에 대한 부분은 확실히 좀 미묘하더군요. 스타플릿에 들어간 건 스팍이 최초라지만 자기네들이 자체적으로 식민행성을 개척하거나 하는 경우는 있었을 것 같은데...
  • 다음엇지 2009/05/21 07:48 #

    그야말로 Highly illogical 합니다. ^^
  • 잠본이 2009/05/22 21:45 #

    근데 사실 스팍이 대놓고 연애하는 영화에서 logic을 따지면 지는 것 같기도 해서 말이죠 (쌍제이 이 쌈박한 새퀴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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