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읽고 따라가 보는 [빨강머리 앤] 下 by 다음엇지

좌담회 : 읽고 따라가보는 [빨강머리 앤] ~ 출간 100주년을 기념하며

- 작가, 번역가 : 마츠모토 유코 (松本侑子)
- 청산대 문학부 교수 : 타카타 켄이치 (高田賢一)
- 몽고메리 연구가 : 마츠모토 쇼오지 (松本正司)
- 유린도(有隣堂) 사장 : 마츠노부 유타카 (松信裕)
왼쪽부터, 松信裕, 松本侑子, 高田賢一, 松本正司

당시의 정치도 그려내고 있는, 아동문학의 테두리를 넘은 작품

마츠노부 : [빨강머리 앤]에는 당시의 사회상도 그려지고 있지요.

마츠모토(쇼) : [빨강머리 앤]의 시대는 1890년 전후 입니다.

마츠모토(유) : 당시의 캐나다는, 영국과 가까운 보수당과 미국과 통상연합을 만들어 유럽과 대항하려는 자유당의 2대 정당제 였습니다. 앤은 "나는 보수당이야." 라고 말하죠. 매튜 커스버트도 보수당이고, 이웃의 다이아나 일가와 레이첼 린드 부인은 자유당을 지지했습니다.

이야기에는 캐나다의 수상이 섬에 유세를 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정치가의 이름은 나와있지 않습니다만, 코가 크고 연설에 능숙하다는 묘사로부터, 보수당 당수로서 캐나다 초대 수상이었던 알렉산더 맥도날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나라의 선거, 여성의 참정권, 오타와 의회등, 정당과 정치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당시 캐나다의 원수는 빅토리아 여왕이었기 때문에, 앤은 "나는 열렬히 빅토리아 여왕을 신봉하고 있어!" 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이와같이 당시의 사회상과 정치상이 그려져 있다는 점에서도 아동 문학이라는 테두리에 넣어 버리면 작품의 풍부하고 폭넓음을 깍아 버리게 됩니다.

마츠노부 : 아동문학에서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여자아이가 그려지지 않죠.

마츠모토(유) : 당시의 종교생활도 자세하게 그려집니다. 일례로 제8장의 <앤의 교육, 시작된다>는 부분이 기독교 교육입니다. 마릴라는 앤에게 장로파 교리문답(카테키즘)을 가르치고, 기도문을 암송하게 해서 기억하도록 합니다.

마츠노부 : 마릴라의 교육은, 성서의 문구가 몸으로 육화해 버릴 것 같은 느낌이로군요.

마츠모토(유) : 그런 교육입니다. 또 스코틀랜드 국교였던 장로파 교회의 구조, 프랑스계열 카톨릭과 영국계열 프로테스탄트의 대립도 쓰여져 있습니다.

생활을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는 장면들도 좋아합니다. 케이크를 굽는다고 해도, 매튜가 밀을 밭에서 만듭니다. 버터는 마릴라가 소의 젖을 짜고 유지방을 분리해서 직접 만듭니다. 병아리 때부터 키운 닭의 계란을 얻습니다. 사오는 것은 설탕과 바닐라 시럽뿐인 자급자족 형태의 농장에서 케이크를 굽습니다.

오븐도 온도계가 붙어 있지 않은 장작 스토브 위에 장착된 철제 상자입니다. 거기서 자작나무를 태우면 몇도 정도, 소나무는 기름이 많아서 더 고온이 된다는 등, 장작의 재질과 불길의 색을 보고 빵이나 비스킷을 굽는 것에 대해서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마릴라는 요리나 가사 전반을 앤에게 가르쳐 갑니다.

다리미도 앤은 처음에는 잘 다루지 못했습니다. 그게 능숙하게 되면서,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게 되었다고 나중에 마릴라가 이야기하죠. 그 다리미도 그냥 무거운 철덩어리로 온도계도 없었습니다. 스토브로 가열한 뒤에 물이 몇 초동안 튀는가를 보고, 실크, 울, 무명등에 사용할 온도를 알았습니다. 전기도 수도도 가스도 없이 제대로 문명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견실한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은 초판본의 제3장의 삽화, 앤과 마릴라의 첫만남)

마츠노부 : 그건 정말 대단하군요.

마츠모토(유) : 지금까지는, 귀엽고 이쁜 케이크를 구워봅시다 라는 식의 요리책 밖에 없었습니다만, [빨강머리 앤]의 훌륭함은 가정 주부의 영리함과 지혜, 가정을 자신의 손으로 완성해 가는 자랑과 기쁨이 그려져 있는 곳입니다.

아동문학의 개념이 바뀌어, 졸업 논문으로 채택하는 학생도

마츠노부 : [빨강머리 앤]은 어째서 아동문학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까?

마츠모토(쇼) : 그것은 번역이 나빴습니다. (웃음) 무라오카 선생님의 번역을 할때 고쳐썼을 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완역은 마츠모토 유코 선생의 책이 처음으로 지금까지 진짜 앤을 몰랐던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는 불쌍한 작품이로군요.

타카타 : 아동문학의 개념이 지금은 크게 변했습니다. 마이너 장르였던 아동문학은 1970년대 이후, 영미의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제 하나의 문학의 큰 흐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빨강머리 앤]도 하나의 여성문학, 그게 아니더라도 어엿한 문학작품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츠모토(유) : 케이오 기쥬쿠(慶應義塾) 대학에서 2년간 [빨강머리 앤]을 가르쳤습니다만, 졸업논문으로 쓰는 학생도 있었고, 영문과에서 <아더왕 전설연구>를 했던 학생이 강의를 하러옵니다.

마츠모토(쇼) : 나의 학생시절에는 영문과 학생이 [빨강머리 앤]을 하고 싶다해도, 선생님께 "저것은 문학이 아니야" 라고 거절당하곤 했지요.

타카타 : [빨강머리 앤]을 읽고 있던 교사가 거의 없었어요. 저도 문학史를 담당하지 않았다면 아마 읽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번역의 힘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만큼 출전이 있는 것을 처음 접하고, 작품의 견해가 바뀌어 왔습니다.

◇첨단의 땅이었던 프린스 에드워드섬

마츠노부 : 무대가 되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어떤 곳인가요?

마츠모토(유) : 일찌기 섬은 프랑스령이었지만, 영불전쟁에서 프랑스가 지면서 영국령이 되고, 영국의 "에드워드 왕자의 섬" 이라고 명명됩니다.

에드워드 왕자는 대영제국의 기초를 쌓아 올린 빅토리아 여왕의 아버지로 위엄과 권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에드워드 왕자의 섬이기 때문에, 캐나다내에서도 영국적입니다. 지금은 시골입니다만, 당시에는 유럽에 가까운 첨단의 땅이였습니다. 신문이 발행되고 교향악단도 있었습니다. 교육도 보급하고, 전화, 가스등, 전등도 퍼지고 있었기 때문에 19세기 북미에서도 문명화되던 지역이었습니다.

몽고메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이라고 [빨강머리 앤]에 쓰고 있기도 하죠.

마츠모토(쇼) : 더 아름다운 곳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지요. 하지만, 왜 그녀가 그렇게 말했을까요. 어디까지나 완만하게 계속되는 언덕이나, 조용한 안쪽 바다, 우선 거친 풍경이 없습니다. 마음이 안정됩니다. 처음 가 본 사람도 먼저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그것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네온사인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에게는 조금 외로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츠모토(유) : 제가 섬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 손질된 아름다운 농장과 밭이 넓게 펼쳐지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의 풍요로움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평안한 기분이 됩니다.

마츠모토(쇼) : 이 섬에는, 사람의 손이 닿은 패치워크 같은 밭이나 숲의 경치가 펼쳐지고 있습니다만, 이른바 대자연, 우뚝 솟아 있는 산이나 깊은 골짜기는 거의 없습니다.

타카타 : 확실히 조용한 섬이더군요. 조금 기복이 있고, 높은 곳에 가면 초원과 숲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정원에는 영국식과 프랑스식의 전통이 있습니다만, 역시 영국식이고, 비교적 있는 그대로, 불필요한 것만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Green Gables 주변은 국립 공원으로 지정

마츠모토(쇼) : 현재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캐나다의 국립공원은 1州에 1곳 연방정부에서 지정하고 있습니다. 그 제도가 생겼을 때, 프린스 에드워드섬에서는 벌써 [빨강머리 앤]이 유명해졌기 때문에, Green Gables 주변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니까, [빨강머리 앤] 당시의 것들이 잘 남아 있습니다.

마츠노부 : 콘크리트 건물은 호텔 1채 정도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마츠모토(쇼) : 습기가 적기 때문에, 목조 건물이 수명이 깁니다. 200년전의 집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마츠노부 : 거리 풍경도 아름답네요.

마츠모토(유) : 보통 가정의 뜰을 봐도, 초록의 잔디가 예쁘게 다듬어져 있고, 꽃이 피어 있습니다. 속편인 [Anne of Avonlea]에서, 앤은 경관 개선 협회를 만들고, 젊은 회원들이 길에 꽃을 기르거나 나무를 심는 등 모두 마을의 조경을 하고 있습니다.

마츠모토(쇼) : 큰 길에는 휴지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미국과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그 다음은 섬 사람들의 정신이라고 할까요. 농가에 묵었을 때, "간식 드실라우?" 라고 묻기에, "네" 라고 대답했더니 아주머니가 "20분쯤 기다리시우" 라고 하시고는 파이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한 수제의 전통이 곳곳에 아직 남아 있고, 사람들이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생활은 물론 전화도 있고, IT도 일본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모두 휴대 전화를 갖고 있고, PC도 사용하고 가게의 레지도 일본보다 먼저 POS화되었습니다. 그래도, 현재의 생활 속에서도 옛 전통을 능숙하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생활의 풍부함이로군요.

타카타 : 섬 사람들은 몹시 에티켓이 좋군요.

마츠모토(유) : 프린스 에드워드섬에서 일본인들은 큰 환영을 받습니다.

◇ 유머 소설이자, 가족의 사랑 이야기

마츠모토(유) : 지금까지의 이야기로만 보면 [빨강머리 앤]은 무척 딱딱하고 고지식한 이야기로 생각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빨강머리 앤] 최고의 매력은 유머 와 사랑이야기입니다. 배꼽잡는 웃음을 주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많이 있습니다.

마츠모토(쇼) : 케이크에 진통제 약을 넣어 버린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마츠모토(유) : 다이아나와의 다과회를 할 때 라즈베리 쥬스를 낼 생각이었지만 잘못해서 포도주를 마시게 하는 바람에 대소동이 나죠. 정말 재미있습니다. 빨강머리가 속상하던 앤은 검은머리로 물들이려다 녹색과 노랑색이 뒤섞인 이상한 색이 되고, 게다가 원래 빨강색이기 때문에 더 기분나쁜 색이 되었다던가. (웃음), 이상하고 재미있는 장면이 가득한 유머 소설입니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는, '가족 사랑' 입니다.

마츠모토(쇼) : 혈연에 의지하지 않는 가족이로군요. 지금의 시대에도 통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츠모토(유) : 부부도 부모와 자식도 아닌 가족 사랑입니다. 매튜, 앤, 마릴라는 3명 모두 기독교 연고의 이름으로, 예수의 사랑에 의해 지켜진 성스러운 가정이라는 것이 암시되고 있습니다. 피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고, 게다가 처음에는 농장일에 도움이 되는 사내 아이를 원했는데, 스스로에게 있어 도움이 되지도 않는 여자아이를 받아들여서 그 아이를 사랑하는 것에 의해서 어른들이 행복해져 갑니다.

앤의 성장과 함께 어른들도 성장해 행복해져 간다

마츠모토(유) : [빨강머리 앤]은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인 것과 동시에, 어른이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작기만 했던 앤의 키가 자신과 대등해 졌을 때의 기쁨과 외로움, 앤이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고 난 날 울어버리는 부모와 같은 기분. 그때까지 연애경험도 없던 서투른 오빠 매튜와 여동생 마릴라의 마음이, 앤을 기르는 것으로 풍부하게 경작되어 가는 풍요롭고 매력적인 어른으로 극적으로 변모해 가는 것입니다. (그림은 마츠모토 유코 완역 集英社 문고판 [빨강머리 앤(赤毛のアン)])

어른의 성숙이 그려져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 뿐 아니라, 60대로부터 더 위의 분들에게도 오랜 세월 꾸준히 읽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카타 : 확실히, 앤은 세월이 갈 수록, '나의 책' 같은 느낌으로 위치하게 됩니다.

마츠모토(쇼) : 앤은, 자신도 행복해져 갑니다만,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매튜는 앤을 "나의 자랑스러운 딸이지" 라고 말하면서, 행의 최후의 순간에 풍부한 결실을 맺게 했습니다.

타카타 : 등장인물은, 재미있게 말하면 모두 괴짜에 기인들 뿐입니다. (웃음) 전대미문의 인물 설정이 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스토리는 거의 예를 들 수 없습니다.

마츠모토(유) : 그러한 사람들이 모두 생생하고도 행복하게 살아 있습니다.

타카타 : 앤의 존재로 인해 넘쳐납니다.

마츠모토(유) : 아동문학의 테두리에 들어가지 않는 등장인물들 뿐이로군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상한 사람들이 잔뜩 나오지요.

마츠모토(쇼) : 잘 보면 우리들 주위에 있는, 그런 사람들을 소홀하게 대하지 않고 정중하게 묘사합니다. 이것은 몽고메리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카타 : 정말로 감사합니다.

* [유린(有隣)] 第493号(12月10日号)의 좌담회를 번역한 것입니다. 인쇄본은 일본의 유린당서점(有隣堂書店)에서 무료 배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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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맨티스트 2008/12/16 21:58 # 삭제 답글

    미국에서는 빨강머리 앤이 캐나다에서 차지하는 위치처럼 '나의 올드 댄, 나의 리틀 앤'이 자리하고 있다더군요.
  • 다음엇지 2008/12/16 22:39 #

    흠.. 60년대 책이 아니던가요? 아이들이 뽑은 가장 감명깊은 책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인가요? 하긴 50년 넘게 아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다는 것만해도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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