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는 그대 생애의 나뭇잎 하나
폴 발레리의 싯귀가 떠올랐다. 월요일이라는 작은 가지 위에 또 하루라는 잎사귀가 맺혔다. 그렇게 보이는 쪽에 잎사귀가 무성해 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나이테를 늘리면서 그렇게 나무처럼 생을 채워나간다. 하지만 평범한 회사원의 일상에서 월요일이라는 잎사귀가 그렇게 싱그럽게 보이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내 문제일 것이다.
희망이 없어보이는 인생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노래하는 슈베르트.
슬픔없는 방랑이 있는 그 곳, 체념 속에 아련하게 따사로운 희망이 묻어난 그곳은 현실일까 꿈일까
블로그 이웃분의 멋진 글귀를 빌려와 본다. 왠지 월요일 아침에는 슈베르트가 생각난다.
슈베르트가 많이 외롭긴 외로웠던지 양손가락 모두를 건반에 다 올려놓고 손가락을 쫙쫙 벌려야지만 가능한 옥타브와 아르페지오와 화음들을 모두 한데 치라고 해 놓고, 악보를 온통 방랑자의 발자욱으로 놓는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역으로 슈베르트는 가만히 곁에 앉아서 어떤 이야기든 들어주는 친구같다. 느긋하게 그의 화음과 가락을 따라가다 보면 살며시 미소지으며 어깨를 쓰다듬어 주는 느낌이 난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가곡 세계와 유사하게 가혹한 현실과 아름다운 꿈 사이의 이분법을 음악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어느 평론가)
D. 894 G major 소나타는 이전의 소나타들보다 큰 스케일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작품이다. 1826년 10월에 씌여졌으니 이번 시월이 182년쨰 된다. 1827년 출판업자였던 Tobias Haslinger에 의해서 출판되었는데, 그때 1악장 'Molto moderato e cantabile' 가 'Fantasie'로 발표되면서 지금까지 'Fantasie' 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1826년은 여름에 다시 병이 도져서 고생을 했고 그의 작품에 흥미를 보인 두명의 유명한 출판업자를 알게 되었다. 1악장을 슈베르트 자신이 12월 8일 소위 'Schubertiades'에서 연주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슈베르트 서클의 창립자인 Josef von Spaun 에게 헌정했다. 슈베르트 마니아인 슈만 역시 이 소나타에 대해서 말하는데 한 꼭지 끼고 있는데 그는 G major 소나타를 형식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완벽한 소나타로 묘사하고 있다. 구성과 형식에 대해서 두런두런 근거를 대고 있지만 구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피아노 소나타 D.894는 리흐테르의 연주를 최고로 친다. 그래서 그런지 슈베르트를 연주할 때는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이 나도록 연주하는 게 보통이다. 1악장 연주시간이 20분에 육박하는 아라우의 연주도 있다. 물론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켐프와 브렌델의 연주도 있다.
작년에 베토벤 마스터피스 60 CD 세트를 구입하는데는 빈 피아니즘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게르하르트 오피츠(Oppitz)의 연주가 수록된 것도 한가지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담백한 듯 하면서도 은근히 색채감이 느껴지는 그의 연주는 들을 수록 견고한 느낌과 함께 부드러운 감수성이 드러나서인지 은근히 슈베르트의 연주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슈베르트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D. 894를 그 시작으로 정했다. 판본의 경우에는 아마도 기존의 헨레 에디션 보다는 빈 원전판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꿈과 현실의 이분법이라는 이 작품에서 오피츠는 꿈보다는 현실 쪽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아름다운 꿈을 탐색하는 약간은 붕뜬 걸음걸이가 아니라 절름거리는 듯한 리듬 진행을 선택했다. 물론 진행이 끊기거나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스케일감 좋은 연주는 여전하다. 풍부한 울림과 폭넓은 음색을 통해서 슈베르트 피아노 음악 특유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다이내믹스를 잘 보여주고 있다.
꽤 직설적인 연주지만 "슈베르트는 피아니시모에서 자신의 가장 내밀한 비밀을 드러낸다" 고 했던 켐프보다는 브렌델의 연주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그만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종종 18번 소나타가 생각날 때마다 생각날 것 같은 연주가 될 것 같다. 특히 가혹한 월요일같은 현실과 맞닿뜨리게 될 때 말이다 :)
《Schubert Piano Sonata No. 18 G major, Op. 78, D. 894》
Piano : Gerhard Oppitz
Sheet : D.894 Sheet
폴 발레리의 싯귀가 떠올랐다. 월요일이라는 작은 가지 위에 또 하루라는 잎사귀가 맺혔다. 그렇게 보이는 쪽에 잎사귀가 무성해 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나이테를 늘리면서 그렇게 나무처럼 생을 채워나간다. 하지만 평범한 회사원의 일상에서 월요일이라는 잎사귀가 그렇게 싱그럽게 보이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내 문제일 것이다.
희망이 없어보이는 인생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노래하는 슈베르트.
슬픔없는 방랑이 있는 그 곳, 체념 속에 아련하게 따사로운 희망이 묻어난 그곳은 현실일까 꿈일까
블로그 이웃분의 멋진 글귀를 빌려와 본다. 왠지 월요일 아침에는 슈베르트가 생각난다.
슈베르트가 많이 외롭긴 외로웠던지 양손가락 모두를 건반에 다 올려놓고 손가락을 쫙쫙 벌려야지만 가능한 옥타브와 아르페지오와 화음들을 모두 한데 치라고 해 놓고, 악보를 온통 방랑자의 발자욱으로 놓는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역으로 슈베르트는 가만히 곁에 앉아서 어떤 이야기든 들어주는 친구같다. 느긋하게 그의 화음과 가락을 따라가다 보면 살며시 미소지으며 어깨를 쓰다듬어 주는 느낌이 난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가곡 세계와 유사하게 가혹한 현실과 아름다운 꿈 사이의 이분법을 음악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어느 평론가)
D. 894 G major 소나타는 이전의 소나타들보다 큰 스케일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작품이다. 1826년 10월에 씌여졌으니 이번 시월이 182년쨰 된다. 1827년 출판업자였던 Tobias Haslinger에 의해서 출판되었는데, 그때 1악장 'Molto moderato e cantabile' 가 'Fantasie'로 발표되면서 지금까지 'Fantasie' 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1826년은 여름에 다시 병이 도져서 고생을 했고 그의 작품에 흥미를 보인 두명의 유명한 출판업자를 알게 되었다. 1악장을 슈베르트 자신이 12월 8일 소위 'Schubertiades'에서 연주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슈베르트 서클의 창립자인 Josef von Spaun 에게 헌정했다. 슈베르트 마니아인 슈만 역시 이 소나타에 대해서 말하는데 한 꼭지 끼고 있는데 그는 G major 소나타를 형식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완벽한 소나타로 묘사하고 있다. 구성과 형식에 대해서 두런두런 근거를 대고 있지만 구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피아노 소나타 D.894는 리흐테르의 연주를 최고로 친다. 그래서 그런지 슈베르트를 연주할 때는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이 나도록 연주하는 게 보통이다. 1악장 연주시간이 20분에 육박하는 아라우의 연주도 있다. 물론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켐프와 브렌델의 연주도 있다.
작년에 베토벤 마스터피스 60 CD 세트를 구입하는데는 빈 피아니즘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게르하르트 오피츠(Oppitz)의 연주가 수록된 것도 한가지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담백한 듯 하면서도 은근히 색채감이 느껴지는 그의 연주는 들을 수록 견고한 느낌과 함께 부드러운 감수성이 드러나서인지 은근히 슈베르트의 연주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슈베르트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D. 894를 그 시작으로 정했다. 판본의 경우에는 아마도 기존의 헨레 에디션 보다는 빈 원전판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꿈과 현실의 이분법이라는 이 작품에서 오피츠는 꿈보다는 현실 쪽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아름다운 꿈을 탐색하는 약간은 붕뜬 걸음걸이가 아니라 절름거리는 듯한 리듬 진행을 선택했다. 물론 진행이 끊기거나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스케일감 좋은 연주는 여전하다. 풍부한 울림과 폭넓은 음색을 통해서 슈베르트 피아노 음악 특유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다이내믹스를 잘 보여주고 있다.
꽤 직설적인 연주지만 "슈베르트는 피아니시모에서 자신의 가장 내밀한 비밀을 드러낸다" 고 했던 켐프보다는 브렌델의 연주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그만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종종 18번 소나타가 생각날 때마다 생각날 것 같은 연주가 될 것 같다. 특히 가혹한 월요일같은 현실과 맞닿뜨리게 될 때 말이다 :)
《Schubert Piano Sonata No. 18 G major, Op. 78, D. 894》
Piano : Gerhard Oppitz
Sheet : D.894 Sheet




덧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에 어떤게 젤 좋냐고 물어보면, 이것 저것 들이대다가 결국 32곡을 다 꼽게 되듯이 --;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역시 똑같은 것 같아요. 어느 곡 하나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게 없지요..
D.894 는 리흐테르의 영상물 속에서도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연주, 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무뚝뚝한 표정의 할배가 담담하나 뜨겁게 연주하는 그 영상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이 곡의 악보는 유난히 그 방랑자의 발자국 이 많아보여요.(첫 도입부부터). 그래서 옥타브 간신히 집는 저에게는, 영원히 제대로 연주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곡입니다.
아참, 악보 링크해놓으신 거 작품번호 오타 나셨어요.~
덕분에 다시 화음 하나 진행 하나 곱씹고 다시 보면서 슈베르트를 접할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
그런데 오피츠 본인은 역시나 브람스에 애정이 각별한 것 같아요. 국내에 자주 오시는 편인데 블로그등을 뒤져보면 많은 분들이 D.960 연주를 인상깊게 기억하고 계시더라구요. 관계자께서 다음번 내한할 때도 슈베르트를 들려주십사 했더니 자신은 브람스를 연주하고 싶다고 하셨다나요. 아무튼 이번에 서울국제음악제에도 참가하셨고 이번 주말에 성남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합니다만 역시나 프로그램은 브람스 피협 1, 2번 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