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소로 읽는 현대 과학사 - ![]() 존 S. 리그던 지음, 박병철 옮김/알마 |
● 모처럼 흥미진진하게 정독한 책이었다. 한동안 지긋이 정독한 책이 없었다. 수소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현대 과학사를 되짚어 보는 내용인데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고 해도 이렇게 계통화해서 체계를 잡아주는 책은 보기 쉽지 않다. 한동안 관련 이야기를 할 때 이 책의 영향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개인적으로 <숨겨진 우주>와 함께 올해를 대표하는 물리학 교양서가 될 것 같다.
, R= Rydberg constant● 신혼 여행지라서 더 반가운 스위스 바젤 한 여고의 평범한 물리학 교사였던 발머의 스펙트럼 공식으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이 아름다운 공식은 "수소 원자의 내부에는 수학으로 표현될 수 있는 체계적인 질서가 존재한다" 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20세기 물리학의 중요한 단초를 제시하게 된다.
● 마이컬슨은 4개의 스펙트럼선 H 알파, H 베타, H 감마, H 델타 중에서 H 알파가 언뜻 보기에는 하나의 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두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것을 발견하고 간섭계를 발명하여 이중 스펙트럼을 분리한다.
● 닐스보어는 1913년 최초의 수소 원자 모형을 제안하면서 생소한 역학 체계를 도입한다. 바로 '불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에너지 준위들' 중 하나에 각각의 수소원자가 위치하고 있고 그 준위의 물리적 특성은 양자적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바로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있다고 최초로 주장한 물리학자가 된다.
● 아르놀트 조머펠트는 1916년 보어의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던 H 알파의 스펙트럼이 2개로 갈라지는 이유를 밝혀낸다. 바로 케플러의 타원 궤도를 적용한다. 전자가 타원 궤도를 돌게 되면 전자와 원자핵 사이의 거리가 변한다. 그는 상대성 원리를 보어 모델에 도입하여 확장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 보어와 조머펠트의 모형은 발머의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왠지 끼워맞추기라는 느낌에 이론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1926 ~ 27년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크에 의해 양자역학이 탄생하고 수소 원자의 양자적 성지렝 관한 이론적 근거가 제시되면서 보어의 양자적 조건이 임시방편이 아니었음이 밝혀진다. 양자화(qunatization)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는 모든 입자의 공통적인 성질이었다. 하지만 양자역학 역시 수소 원자 스펙트럼의 세부 구조를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 1928년 디랙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결합하여 수소 원자의 스팩트럼을 설명하는 이론을 구축한다. 아무런 가정도 도입되지 않았으며 오로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에서 출발하여 이론을 세운 디랙은 수소 원자의 스팩트럼 뿐만 아니라 전자의 스핀과 자기 모멘트까지 완벽하게 설명해 낸다.
● 그후 라비-네이프-넬슨등이 전자의 자기 모멘트값을 정확하게 측정하면서 디랙의 이론의 문제점이 대두된다. 이것을 비정상 자기 모멘트(anomalous magnetic moment) 라고 하는데 정상적인 전자의 행동이 디랙의 이론과 틀리다고 비정상이라는 이름이 붙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디랙의 권위는 그만큼 절대적이었던 것이다.
● 다시 전자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서 양자전기역학이라는 환상적인 이론이 만들어진다. 아마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이론 중에서 가장 완벽한 이론이라고 할 것이다. 파인먼의 말을 빌어 보자. 지금까지 가장 정확하게 관측된 전자의 자기 모멘트와 양자전기역학의 풀이의 오차에 대한 말이다. "자기모멘트 값을 뉴욕과 로스엔젤레스 사이의 거리(약 4,800km)에 비유한다면 그 오차는 머리카락 굵기 정도에 불과하다."
● 양자전기역학의 주인공은 바로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광자(빛) 이다. 전기 전하를 가진 입자들이 서로 밀거나 당기는 것은 이들 사이에 광자가 교환되기 때문이며 전자기장이 양자화 되었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전자는 자기 주변에 광자로 이루어진 전자기장을 형성하므로 "전자는 양자화된 광자의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구름은 쿨롱의 법칙에 따라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전자기장을 형성한다. 그런데 전자는 다른 하전 입자가 만든 전기장뿐 아니라 스스로 만든 전자기장과도 상호작용을 하고 이 상호작용 역시 전자의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효과와 상대론적인 효과까지 고려하여 정확하게 계산해 낸 것이 바로 양자전자기학의 업적이다.
● 이 외에도 수소가 열어준 소립자와 빅뱅등 우주론에 대한 연구와 반물질 반수소, 미세구조 상수에 대한 이야기, 유사 수소 원자 등 흥미진진한 최신의 과학 이슈에까지 주욱 꿰뚫는 논리를 제공한다. 이렇게 명약관하하게 전체를 아우르는 View를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 이론과 실험이 정확하게 일치할 수록 자연은 더욱 이상하고 신비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주는 실로 방대하고 복잡한 존재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관측과 연구를 통해 그 비밀을 서서히 풀어나가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이 가능했던 이유를 자연이 제공한 실마리 '수소원자' 에서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전자와 양성자는 과학자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해서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말 오묘한 자연은 설명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하다.
"수소 원자는 아직도 우리를 놀라게 할 만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소 원자에 더 이상의 비밀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놀라운 사건일 것이다."
- 테오도러 헨슈
태그 : 수소로읽는현대과학사, 소립자에서빅뱅까지






덧글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번역되어나온 좋은 과학서적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최종 이론의 꿈>은 작년 12월 12일에 즈음에 읽고 있었습니다. ^^ 소개해 주셨던 <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을 썼던 리 스몰린의 화제의 책 <The Trouble with Physics>가 번역된다고 들어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떨런지 모르겠네요.
매번 몰래 구경만 하고가다가 책소개를 보고 덜컥 답글을 남기네요.
제일 간단한 원소인 수소만 해도 아직 모르는게 너무 많다는게 참 재미있는 일인 것 같아요~요점만 뽑아놓으신 것만 봐도 흥미로워 보이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얼른 구해서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