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과학서적 읽는 기술 by 다음엇지

대략 19세기 말까지 씌여진 주요 과학 서적들은 일반 독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갈릴레오나 뉴튼, 다윈과 같은 저자들의 책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읽기를 꺼려했다. 사실은 그런 독자들이 읽어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과학의 행복한 어린 시절" 이라고 부른 그 당시까지만 해도 제도적인 전문 교육기관이 없었다. 그리고 역사나 철학뿐 아니라 과학 서적도 읽어야 책을 잘 읽는 지성인들로 치부되었다. 이런 확고한 구분조차 없었고, 오늘날 과학 저서들에서 드러나는 일반 독자들을 도외시하는 경향도 없었다.

오늘날 과학 서적은 전문가들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쓰는 추세다.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진지한 커뮤니케이션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들은 읽을 수 없다. 분명히 장점은 있다. 전문 이론이 빨리 교류되어 즉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등 과학의 빠른 발전을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독자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과학이 다른 분야에 비해 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다. 철학자들도 오늘날은 다른 철학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경제 학자들은 경제 학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역사가들까지도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쓴 종래의 방식보다 전문가들끼리 전문적인 지식 교류가 더 편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으므로 이제 대중을 위한 과학 서적으로 국한시켜야 한다. 이들 중에는 훌륭한 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책들도 있다. 이런 차이를 알아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훌륭한 책을 잘 이해하면서 읽을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과학 서적을 왜 읽는가

급속히 발전한 학문 분야의 하나가 바로 과학사이다. 지난 몇 년 간 이 분야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순수한" 과학자들이 과학사가들을 하찮게 여기게 된 것도 오래전 일이 아니다. 과학사가들은 한 분야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로 간주되었다. 첨단의 영역까지 다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사가들에 대한 과학자들의 태도를 조지 버나드 쇼의 유명한 말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할 수 있는 자는 하라. 할 수 없으면 가르치라."

오늘날은 이런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학사 분야를 중요시하게 되었고 훌륭한 과학자들은 그 분야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고 기록한다. 소위 "뉴튼 산업" 이라고 하는 것에서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아이작 뉴튼 경이라는 명사의 업적을 바탕으로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관련 서적들도 쏟아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업적으로 이루어지는 과학 연구의 본질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과학 고전 가운데 단 몇 권만이라도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읽으려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서는 아무 변명도 할 수 없다. 노력할 생각만 한다면 뉴튼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같은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다.

과학 서적을 읽는 데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은 이것이다. 저자가 풀어나가려는 문제를 가능한 한 분명하게 이야기해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 평범한 일반 독자는 뭔가를 배우기 위해 과학 고전을 읽는 일은 없다. 다만 과학사는 과학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읽는다. 이것이 바로 평범한 독자들이 과학 서적을 읽어야 할 이유이다. 과학 서적이 부여한 이 의무를 다하는 길은 위대한 과학자들이 물어 보려고 했던 문제들, 또한 그 문제들의 배경을 알아보는 것이다.

과학이 발견한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사실, 가설, 명제, 논증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방법들을 추적하는 것은 가장 성공적으로 그 기능을 다한 인간 이성의 활동에 참여해 보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과학을 역사학적으로 연구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연구는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태도를 어느 정도 버리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교육이란 알 수 없는 것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연단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학 서적을 읽는 것이야말로 이 교육의 중심 목적이며, 본질적인 정신 활동이라는 사실이다.

고전 과학 서적을 읽는 법

과학 서적이란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실험이든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 것이든, 어떤 분야에서 이루어진 연구나 관찰 결과를 보고하는 책이다. 과학이 풀어나가는 문제는 어떤 현상을 최대한 정확하게 기술하고, 서로 다른 현상들 사이의 내적 관계를 추적하는 것이다.

훌륭한 과학 서적에는 수사학적이나 선동적인 내용은 없다. 그렇지만 초기 가설에 대한 어떤 편견 같은 것이 있다. 독자는 저자가 '가정' 한 내용과 그의 주장 속에서 '입증' 한 내용을 구분해 보면 그런 편견을 알아낼 수 있다. 저자가 '객관적'일수록, 독자로 하여금 이런 편견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분명하게 요구한다. 과학적 객관성이란 '편견의 부재'가 아니다. 오히려 이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객관성을 낳는다.

보통 과학 서적에서 사용하는 주요 용어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기술적인 단어들이다. 비교적 눈에 잘 띄며, 그런 단어들을 통해 명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주요 명제들은 늘 일반적인 것들이다. 그래서 과학의 내용은 시간적 흐름과 관계가 없으며, 역사가와 달리 시간, 공간에 국한되지 않으려 한다. 일반적으로 사물들이 어떻게 실재하며,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과학 서적을 읽는데는 두가지 커다란 어려움이 있다. 하나는 논증에 관한 것이다. 과학은 주로 귀납적 논증이다. 즉, 기본적인 논증이란 관찰할 수 있는 증거를 참고로 일반적인 명제를, 실험을 통해 하나의 사례를, 또는 꾸준한 조사를 통해 수집한 방대한 사례들을 입증해 놓은 것이다. 연역적인 논증도 있다. 이미 입증된 다른 명제를 통해 입증된 명제들로 이루어진 논증이다. 증거에 있어서는 과학이 철학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귀납적 논증은 과학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 서적에 있는 귀납적 논증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과학자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바탕으로 보고하는 증거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그 책 한 권만 달랑 손에 쥐고는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책만 가지고 알 수 없을 때는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을 찾아야 한다.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들과 비슷한 장치들을 두 눈으로 보고 작동시켜보거나, 박물관에 가서 그 표준이나 모델을 봐야 한다.

과학사를 이해하고 싶다면, 고전만 읽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그 역사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중요한 실험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고전이 된 책뿐 아니라 고전이 된 실험도 있다. 과학 고전은 그 위대한 과학자가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본 사람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단계를 모두 거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라부아지에의 <화학 원소> 라는 책을 예로 들어보자. 1789년에 출판된 이 책은 더 이상 화학 교과서로 사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당시에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으며, 화학 원소의 개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요점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에서 사용되는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서문만 읽어도 알 수 있다. 라부아지에는 물리학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물리학은 세 가지로 구성되어야 한다. 과학의 대상이 되는 일련의 사실, 이 사실들을 보여주는 사고, 사실을 표현하는 언어 .... 그리고 사고가 언어를 수단으로 소통되고 보존되듯이, 과학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어느 분야의 과학 용어도 발전될 수 없고, 학술 용어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과학도 발전할 수 없다.

라부아지에는 이를 정확히 실행했다. 1세기 전 뉴튼이 용어들을 체계화함으로 물리학을 발전시킨 것처럼, 용어들을 개선하여 화학 분야의 발전을 가져 온 것이다. 알다시피 그 과정에서 미분, 적분이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 [How to Read Books], Mortimer J. A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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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aut 2008/03/14 17:22 # 답글

    요즘 전문적인 저서를 읽는데 많이 힘들었습니다. 근데 이 글 보고 어느정도 쉬워질거라고 기대해봅니다..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
  • 다음엇지 2008/03/14 23:19 # 답글

    Laut/ 어서오세요. ^^ 저도 틈틈이 들춰 보면 도움이 많이 될 듯 하여 갈무리해 두었습니다. 50년대 중반의 글임에도 인상적인 부분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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