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슈베칭엔 페스티벌] 1. 그리고리 소콜로프 독주회 by 다음엇지

고맙게도 매년 열리는 슈베칭엔 페스티발(Schwetzinger Festspiele)은 세계 유명 연주자들의 현주소와 음반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정상급 연주자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주는 수준 높은 연주회 입니다. (전에 정리했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정리도 슈베칭엔 페스티벌 기획 연주회였죠). 매년 라디오를 통해서 들으면서 인상 깊은 연주회는 녹음을 해놓곤 하는데요. 안타깝게도 그간 담아 두었던 저장 매체가 복구 불능이 되어서 눈물 흘렸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아무튼 이번 2007년에도 몇몇 귀를 트이게 하는 연주자도 발견했구요. 귀에 익은 연주자들의 여전한 모습들이 반가웠습니다.

아무튼, 올해 4월 부터 6월에 걸쳐 있었던 프로그램 중에 인상적으로 들었던 연주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백업의 의미도 있고, 좋은 연주자들과 음악을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음반으로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라디오에서 지나가버린 연주는 다시듣기가 있기는 하지만 자칫 지나버리면 다시 듣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다뤄 볼 연주회는 올해 5월 29일에 있었던 그레고리 소콜로프의 독주회 입니다.
사진은 연주회가 있었던 슈베칭엔의 모짜르트 홀입니다. 모짜르트가 어린 시절 선제후를 위해서 연주한 일이 있어서 이름붙여졌습니다. 소콜로프는 슈베칭엔에 거의 매년 등장하는 편인데요. 인터넷을 뒤져보면 슈베칭엔 실황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음반도 몇개 없지만 거의 모두 라이브 음반인걸 보면 굴드와는 반대로 스튜디오를 벼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콜로프는 컨서트홀에 도착하면 몇시간이고 피아노 앞에 앉아서 홀의 음향 특성을 파악한다고 하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언제나 그의 핑거링과 또렷한 성부들의 울림은 감탄스럽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피아니시모(pianisimo)> 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데요. 슈베르트와 스크리아빈은 상당히 반가운 레파토리입니다. 그의 특유의 섬세한 연주를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첫 곡은 슈베르트의 유명한 마지막 3개의 소나타 중 첫번째인 D.958 입니다. 소콜로프는 이미 2005년 암스테르담 공연에서 이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튼 이 소나타는 유명한 만큼 여러가지 이야기가 많죠. 슈베르트는 세상을 떠났던 1828년 9월에 3곡의 소나타를 씁니다. 바로 D.958, 959, 960 가 그것인데요. 베토벤 후기 소나타인 30, 31, 32번과 비견되기도 하죠.

최근에 슈베르트 소나타를 보스트리찌의 가곡과 묶어서 시리즈를 내고 있는 안스네스는 부클릿을 통해 D.958을 침묵을 통해서 음악의 진행 방향과 속도를 바꾸고 있음에 주목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악장을 통해서 빈번히 조용히 이조를 하고 숨을 멈추거나 급격히 제동을 거는 부분이 나타나고 이것이 바로 낭만주의 후배 작곡가들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슈베르트 소나타의 이런 전조와 변화들이 연주자들이 가장 암보하기 어려운 곡들로 슈베르트를 드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리고는 브루크너의 예를 들더군요. 마지막 9번 교향곡에서 들을 수 있는 절규하는 침묵이 바로 이 곡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브렌델도 이 마지막 세트에 대한 논문을 낸 적이 있는데요. 이 곡의 도입부가 '쫓기고 구석에 몰려있으며 헛되이 탈출구를 찾고 있는 비극의 주인공' 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느린 2악장도 안식이라기 보다는 절망적이고 3악장은 우아한 미뉴엣이라기 보다는 intermezzo에 가깝고 마지막 4악장에서도 마왕에 쫓기는 듯한 강박관념이 계속되는 곡이라는 것이죠. 마왕이 언급되는 이유는 긴박한 타란텔라 리듬이 그의 가곡 마왕의 말발굽 소리를 연상하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Franz Schubert Sonata in C minor, D. 958 》

1) Allegro.
2) Adagio
3) Menuetto. Allegro - Trio
4) Allegro
다음 프로그램은 알렉산더 스크리아빈의 곡들입니다. 호로비츠에 의해서 곡들이 유명해 졌지요. 당대 같은 세대의 라흐마니노프, 레빈, 매트너 같은 사람들과 비견될 수 있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예전에 베토벤 유품 전시화가 서울에서 있을때 달려가 보았던 적이 있는데요. 생각보다 뭉뚝하고 투박하며 작은 베토벤의 손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큰 덩치에 커다랗고 힘있는 손가락을 가졌던 경쟁자들과는 달리 스크리아빈은 키도 작고 손도 작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피아노 곡 악보들을 보면 화음이 음과 폭이 넓기는 한대 다른 손으로 대신 짚어도 될 수 있도록 운지법의 묘미를 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스크리아빈 본인의 손이 겨우 옥타브 하나가 닿을 정도로 작았기 때문이죠.

첫번째 곡은 1894년에 작곡한 초기작품으로 왼손만을 위한 연작입니다. 쇼팽의 영향이 짙게 나타나 있죠. 소나타 3번은 자유롭고 거친 영혼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 같은 낭만주의 끝자락의 작품으로 1898년 작품입니다. 이 곡에 작곡가 자신이 붙인 부제가 재미있는데요. <심리상태> 입니다. 결혼의 위기를 담은 정신적인 고민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그 고민의 실체는 후에 소나타 4번에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짧은 2곡의 시곡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소나타 10번이 연주됩니다. 그의 마지막 소나타죠. 스크리아빈 자신은 '곤충 소나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내 10번 소나타는 곤충 소나타이다. 곤충은 태양으로부터 태어난다. 그들은 태양의 입맞춤이다.

아무래도 트릴과 트레몰로가 이어지는 느낌이 곤충이 날갯짓하는 이미지로 이어지는 것 같네요.

스크리아빈도 아깝게 요절한 사람입니다. 스크리아빈의 때이른 비극적인 죽음은 입술에 난 종기가 폐혈증으로 발전이 되어 일찍 죽게 되었다고 하죠. 후에 스트라빈스키의 아내가 아이들의 여드름을 짜주면서 "불쌍한 스크리아빈씨기 이렇게 죽었단다' 라고 말하곤 했다는 에피소드가 유명하죠.

연주회는 슈베르트로 시작해서 스크리아빈으로 이어집니다. <피아니시모>라는 타이틀 아래에 이는 사실 전혀 다른 세계를 나란히 놓은 것. 스크리아빈은 19세기 말 피아니스트들이 그랬듯이 독일 정통의 피아니즘 보다는 리스트와 쇼팽의 선상에 서 있었죠. 소콜로프의 연주모습을 영상으로 보신 분이라면 뭔가 골똘히 사색에 잠긴듯한 연주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연주회의 프로그램에 보면 '불꽃 속으로' 라는 프로그램이 더 있었는데요. 시간관게상 방송을 타지는 못했습니다. 그가 세상의 마지막을 본 환영을 담고 있는 곡입니다. 호로비츠의 연주로 유명하죠. 무에서 시작해서 절정으로 끝맺는 곡으로 상승과 고조로 황홀경과 무아를 체험하면서 현세를 떠나 신과 하나가 된다는 신비 체험이 강한 곡이죠. 이렇듯 일찍 세상을 떠나 버린 슈베르트와 스크리아빈의 불꽃같은 삶과 그들의 피아니즘을 <피아니시모> 라는 제목과 대비시킨 것은 소콜로프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스크리아빈 곡들의 연주는 귀차니즘에 의한 통으로 되어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라흐마니노프와는 전혀 다른 음악 세계를 갖고 있었던 그의 곡들은 각 음들에 깃든 색채감을 잘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연주가 쉽지 않습니다. 스크리아빈은 잘 알려진 공감각자였죠. 음을 들으면 색을 떠올리는 공감각은 천재들의 특별한 증상은 아닙니다. 실제로 5명에 1명꼴로 나타난다고 하니까요. 공감각은 실제로 뇌의 색을 구분하는 영역과 음을 구분하는 영역이 오버랩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느낌의 세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는 C는 Red, D는 Yellow, G는 orange 등으로 매칭을 헀는데요. <프로메테우스>의 칸딘스키와의 작업도 유명하죠.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은 림스키-코르사코프와 한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스크리아빈이 자기생각에는 각 조성마다 거기에 맞는 색깔이 있다고 말하니까 림스키-코르사코프도 자기 생각에도 그렇다면서 서로 생각이 통한다면서 얘기하다가 스크리아빈이 나는 E flat 장조는 붉은 자줏빛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니까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나는 푸른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대요. 그 장면을 라흐마니노프가 보고 정말 놀랍기도 하고 회의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죠. ^^

색채감 넘치는 그의 곡을 그만큼 다채롭게 음들을 표현하는 소콜로프의 연주입니다.

《Alexander Scriabin》

1. Prelude and Nocturne (left hand), op. 9 .

2. Sonata No. 3 in F sharp minor, op. 23
1) Drammatico
2) Allegretto
3) Andante
4) Presto con fuoco

3. Deux Poemes, op. 69 003.29 min. 두 개의 시곡..
Allegretto
Allegretto

4. Sonata No. 10 in C, op.
Moderato. Tres doux et pur - Allegro - Puissant, radi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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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그림자놀이 2007/08/25 04:02 # 답글

    잘 들었습니다.. 슈베르트 연주만 들어봤어요.
    슈베르트 958 4악장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소콜로프의 연주는 묘하게 쓸쓸함이 많이 느껴지면서도 문득문득 밝게 빛나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오네요.
    이 곡 자체가 밝았다 어두웠다 하는 것 같긴 하지만요.. 더 깊고, 더 반짝이고 그런 느낌이에요.

    이 곡 4악장은 한 번 들으면 참 잊혀지지 않는 멜로디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데, 정말 아무리 들어도 외워지지는 않는 멜로디들이란 말이죠... 들으면서는 빠져드는데 도저히 악보 보면서는 못 따라가겠어요. 미로같아서..
  • 다음엇지 2007/08/26 19:37 # 답글

    그림자놀이/ ^^ 어서오세요. 흠.. 역시 그런 면이 소콜로프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사람들 연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 다가옵니다. 역시 거의 모든 성부에 안배하는 그의 스타일 때문일까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슈베르트 소나타들의 악보는 정말....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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