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is the language of god. We musicians are as close to god as man can be..
We hear his voice ,we read his lips, we give birth to the children of god who sing his praise.. That's what musicians are, Anna Holtz. And if we are not that, we're nothing.
- Beethoven in the Movie "Copying Beethoven"
오랜만에 영화 이야기를 하려구요. 정말 오랜만에 연속적으로 몇번이나 본 영화는 오랜만이군요. 자막이 없었기 때문에 이기도 하구요. 1827년 3월 26일은 베토벤의 서거일이기도 했구요. 그즈음에 이 영화를 큰 화면으로 다시 보았습니다.




running time : 104 minutes
Genre : History, Music
Director : Agnieszka Holland
actors : Ed Harris, Diane Kruger, Matthew Goode, Phyllida Law, etc
베토벤에 관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23살 약관의 여류 작곡가 안나 홀츠 Anna Holtz (Diane Kruger)가 주인공입니다. 작곡가로의 성공의 포부를 가진 겸손하고 온화하지만 심지가 곧은 광부의 딸 23살의 안나 홀츠는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 음악적인 영감과 본격적인 실력 향상을 모색하고 있는 유학생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베토벤 9번 교향곡의 필사를 맡게된 그녀는 베토벤의 음악을 존경 아니 진정으로 인정하면서 자신도 그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야심이 있습니다. 제목의 Copying Beethoven은 이렇게 알아보기 힘든 악필로 유명했던 베토벤의 악보를 알아보기 쉽고 이쁘게 옮겨적는 것과 베토벤을 닮고자 하는 주인공에 대한 2가지 의미가 겹쳐져 있는 제목입니다.
1824년 9번 교향곡의 프리미어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인상적인 대푸가를 배경으로 빈 교외의 풍경과 사람들이 몽타쥬되는 앞부분을 차치하고) 4악장의 거대한 합창(Choral)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빨리 악보를 정보해서 인쇄하여 연주자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 일을 콘서바토리의 우수한 학생인 안나 홀츠가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Beast'로 표현되는 괴팍한 베토벤과 일을 해야 하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 작곡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물론 이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안나 홀츠라는 캐릭터를 창조해서 베토벤의 말년의 주요 이벤트에 집어 넣음으로서 재미와 함께 그의 음악세계에 대해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 생각외로 물건입니다. 물론 베토벤은 그 천재성보다는 변덕스럽고 괴팍하고 광기스러운 모습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베토벤으로 분한 에디 해리스는 일생 최고의 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0년전쯤 게리 올드만의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에서 보았던 베토벤의 연기를 바로 잊게 만듭니다. 물론 연기 이상의 화면 연출과 아름다운 음악이 화면 속으로 관객들을 몰고 갑니다. 특히 영화 내내 깔리는 그의 현악4중주들과 피아노 소나타들은 관객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버립니다.
결국 관객들은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9번 프리미어 장면에서 모두 무너지고 말겁니다. 4악장 Ode to Joy 로 넘어가는 장면과 빗나간 조카 카를의 눈을 흐리게 하는 마지막 4중창의 가슴죄오는 하모니와 공연 후 관객의 귀에서 베토벤의 귀로 급전환 되는 무음처리 장면은...... 왈칵... 하고 솟구쳐 오르는 느낌이 들더군요. 다시 9번을 듣고 싶어졌습니다. 집에 변변한 9번 음반이 없어서 음반 판매장을 기웃거리게 했습니다. 전에 음반가게에서 인상적으로 들었던 길렌과 SWF의 연주는 다른 사람들 귀에도 좋았는지 완전 품절. 결국,노링턴의 음반과 끝까지 고민하다가 래틀의 2002년 빈필 실황을 구입했습니다.
모처럼 훌륭한 음악 영화를 봐서 가슴두근거리면서 개봉일정을 찾아보다가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겉으로는 크게 성장했으면서도 정작 영화를 볼 수 없는 한국 영화 시장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는 글이었는데요. 출처는 무비위크의 오동진의 영화 갤러리 입니다.
반드시 극장에 걸리면 꼭 아내에게 보여주리라던 기대가 하늘로 흩어지고 말았죠. 그래서 얼마전 베토벤 애도 주간을 맞이하여 집에 조촐하게 마련한 시사실(?)에서 보여주었답니다.
영화에서의 베토벤의 조명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꿋꿋한 모습입니다. 온갖 병에 시달리고 있고 귀머거리에다가 극도로 외롭습니다. 절대적인 사랑을 쏟고 있는 카를도 실제로는 위안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샘솟는 음악은 끊임없이 흘러넘칩니다. 음악을 끝없이 솟게 해주시면서 결국은 내 음악을 들을 수 없도록 해주신 하나님을 원망하면서도 결국 그를 찬양하며 음악을 만들어 내는 베토벤, "Loneliness is my religion" 이라는 대사가 계속 뇌리에 남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추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라는 것. 후기 베토벤의 음악의 특징이기도 한데요. 별별 음악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에게는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듣기 힘든 음악이었을 겁니다. '추함과 아름다움'의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보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여러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9번 교향곡의 프리미어와 대푸가 에 집중하다 보니 칼이나 주변 인물들의 비중이 낮고 그러다 보니 당시 베토벤과 그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베토벤이라는 음악가와 그의 음악을 감성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한 영리한 음악영화로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나 홀츠를 역사적인 현장에 집어 넣기 위해서 영화에서는 몇가지 사실들을 바꿔 놓고 있는데요. 영화가 워낙 인상적이라 이걸 그대로 믿어버리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몇가지 지적해 봅니다. (배경 사실을 잘 아시는 분들은 불편해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군요)
"“like an electric shock on all present. A volcanic explosion of sympathy and admiration followed, which was repeated again and again, and seemed as if it would never end"
아래는 삽입된 연주와 사운드 트랙 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피아노) waldemar Malicki
바이올린) Marek Wronski
지휘) 벤자민 월피쉬(Benjamin Wallfisch)
연주) 런던 필하모닉 과 합창단
특히 런던 필하모닉과 월피쉬 그리고 감독 홀랜드는 정말 인상적인 연주로 프리미어 장면을 훌륭하게 연출해 주었습니다.
배경 연주들이 훌륭한 이유는 아래의 음원들을 살펴보시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하나같이 주옥같은 명연들이로군요.
독창/합창) Lucia Popp, Carolyn Watkinson, Peter Schreier, Robert Holl, Netherlands Radio Chorus
지휘/연주) Bernard Haitink, the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of Amsterdam
2) String Quartet No.14 in C sharp minor Op.131 (Decca 음원)
연주) Takacs Quartet
3) Grosse Fuge in B flat major Op.133 (Decca 음원)
연주) Takacs Quartet
4) String Quartet No.9 in C major Op.59 "Rasumovsky" (Decca 음원)
연주) Takacs Quartet
5) Piano Sonata No 32 in C minor Op. 111 (Decca 음원)
피아노) Vladimir Ashkenazy
6) String Quartet No.15 in A minor Op.132 (Decca 음원)
연주) Takacs Quartet
7) Violin Sonata No.7 in C minor Op.30 (Decca 음원)
바이올린) David Oistrakh
피아노) Lev Oborin
8) String Quartet No.16 in F major Op.135 (Decca 음원)
연주) Takacs Quartet
9) Piano Sonata No.5 in C minor Op.10 (Decca 음원)
피아노) Vladimir Ashkenazy
10) Symphony No.7 in A major Op.92 (Decca 음원)
지휘/연주) Kurt Masur, Gewandhausorchester Leipzig
11) Piano Sonata No 29 in B flat major Opus 106 "Hammerklavier" (Decca 음원)
피아노) Vladimir Ashkenazy
마지막으로 교향곡 9번의 4악장을 듣지 않고 갈 수 없지요. 구하지 못한 길렌과 SWF 발췌입니다.
Symphony No.9 in D minor Op.125
지휘) Michael Gielen
연주) SWF-Sinfonieorchester Baden-Baden
합창) Rundfunkchor Berlin
소프라노) Vlatka Ossanic
알토) Hana Minutillo
테너) Glenn Winslade
베이스) Alan Titus
IV. Presto - Allegro assai 《길렌과 SWF 4악장 발췌》 (22:05)




덧글
그리고 이 영화의 플롯은 <진주 귀걸이의 소녀>를 생각나게 하기도 합니다. ^^ 홀츠라는 이름은 베에토펜 만년의 친구 중의 한 명이었던 이그나츠 홀츠를 생각나게 하구요. 음 암튼 기회가 되면 DVD를 한 번 구해봐야 겠네요.
9번이라면 전 아직 결정적인 연주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나마 아르농쿠르의 것이 개중 나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전에는 아바도의 첫 번째 전집에 수록된 연주를 좋아했었죠. 요즘은 아무래도 그의 대규모 관현악곡들은 원전 연주로만 듣는 습관이 들어서, 현대 악기 연주는 아무래도 좀 어색하게 들리더라고요.
아무튼, 꼭 한번 보실만한 영화인 것 같네요. 수입을 했으니 개봉은 안해도 DVD로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