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Copying Beethoven, 2006 by 다음엇지

The vibrations on the air are the breath of God speaking to man's soul.
Music is the language of god. We musicians are as close to god as man can be..
We hear his voice ,we read his lips, we give birth to the children of god who sing his praise.. That's what musicians are, Anna Holtz. And if we are not that, we're nothing.

- Beethoven in the Movie "Copying Beethoven"

오랜만에 영화 이야기를 하려구요. 정말 오랜만에 연속적으로 몇번이나 본 영화는 오랜만이군요. 자막이 없었기 때문에 이기도 하구요. 1827년 3월 26일은 베토벤의 서거일이기도 했구요. 그즈음에 이 영화를 큰 화면으로 다시 보았습니다.
Copying Beethoven, 2006
running time : 104 minutes
Genre : History, Music
Director : Agnieszka Holland
actors : Ed Harris, Diane Kruger, Matthew Goode, Phyllida Law, etc


베토벤에 관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23살 약관의 여류 작곡가 안나 홀츠 Anna Holtz (Diane Kruger)가 주인공입니다. 작곡가로의 성공의 포부를 가진 겸손하고 온화하지만 심지가 곧은 광부의 딸 23살의 안나 홀츠는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 음악적인 영감과 본격적인 실력 향상을 모색하고 있는 유학생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베토벤 9번 교향곡의 필사를 맡게된 그녀는 베토벤의 음악을 존경 아니 진정으로 인정하면서 자신도 그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야심이 있습니다. 제목의 Copying Beethoven은 이렇게 알아보기 힘든 악필로 유명했던 베토벤의 악보를 알아보기 쉽고 이쁘게 옮겨적는 것과 베토벤을 닮고자 하는 주인공에 대한 2가지 의미가 겹쳐져 있는 제목입니다.

1824년 9번 교향곡의 프리미어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인상적인 대푸가를 배경으로 빈 교외의 풍경과 사람들이 몽타쥬되는 앞부분을 차치하고) 4악장의 거대한 합창(Choral)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빨리 악보를 정보해서 인쇄하여 연주자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 일을 콘서바토리의 우수한 학생인 안나 홀츠가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Beast'로 표현되는 괴팍한 베토벤과 일을 해야 하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 작곡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물론 이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안나 홀츠라는 캐릭터를 창조해서 베토벤의 말년의 주요 이벤트에 집어 넣음으로서 재미와 함께 그의 음악세계에 대해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 생각외로 물건입니다. 물론 베토벤은 그 천재성보다는 변덕스럽고 괴팍하고 광기스러운 모습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베토벤으로 분한 에디 해리스는 일생 최고의 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0년전쯤 게리 올드만의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에서 보았던 베토벤의 연기를 바로 잊게 만듭니다. 물론 연기 이상의 화면 연출과 아름다운 음악이 화면 속으로 관객들을 몰고 갑니다. 특히 영화 내내 깔리는 그의 현악4중주들과 피아노 소나타들은 관객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버립니다.

결국 관객들은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9번 프리미어 장면에서 모두 무너지고 말겁니다. 4악장 Ode to Joy 로 넘어가는 장면과 빗나간 조카 카를의 눈을 흐리게 하는 마지막 4중창의 가슴죄오는 하모니와 공연 후 관객의 귀에서 베토벤의 귀로 급전환 되는 무음처리 장면은...... 왈칵... 하고 솟구쳐 오르는 느낌이 들더군요. 다시 9번을 듣고 싶어졌습니다. 집에 변변한 9번 음반이 없어서 음반 판매장을 기웃거리게 했습니다. 전에 음반가게에서 인상적으로 들었던 길렌과 SWF의 연주는 다른 사람들 귀에도 좋았는지 완전 품절. 결국,노링턴의 음반과 끝까지 고민하다가 래틀의 2002년 빈필 실황을 구입했습니다.

모처럼 훌륭한 음악 영화를 봐서 가슴두근거리면서 개봉일정을 찾아보다가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겉으로는 크게 성장했으면서도 정작 영화를 볼 수 없는 한국 영화 시장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는 글이었는데요. 출처는 무비위크의 오동진의 영화 갤러리 입니다.

... DVD 제작사인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이철승 대표도 한국 시장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는지 최근 들어 새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20C폭스 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이 대표는 평소의 감각대로 지난 해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에 다 에드 해리스와 다이앤 크루거가 주연을 맡은 베토벤 영화 <카핑 베토벤>을 '덥썩' 수입했다가 요즘 이만저만 골치가 아픈 게 아니게 됐다.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반응은 다들 한결 같다. 일단 영화에 대해서는 에브리바디 오케이. 그러나 막상 극장에 걸자고 하거나 배급을 맡아 달라고 하면 대부분 무슨 농담 하냐는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고들 한다. "이제 이런 영화, 한국에서는 끝났어요." ...

반드시 극장에 걸리면 꼭 아내에게 보여주리라던 기대가 하늘로 흩어지고 말았죠. 그래서 얼마전 베토벤 애도 주간을 맞이하여 집에 조촐하게 마련한 시사실(?)에서 보여주었답니다.

영화에서의 베토벤의 조명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꿋꿋한 모습입니다. 온갖 병에 시달리고 있고 귀머거리에다가 극도로 외롭습니다. 절대적인 사랑을 쏟고 있는 카를도 실제로는 위안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샘솟는 음악은 끊임없이 흘러넘칩니다. 음악을 끝없이 솟게 해주시면서 결국은 내 음악을 들을 수 없도록 해주신 하나님을 원망하면서도 결국 그를 찬양하며 음악을 만들어 내는 베토벤, "Loneliness is my religion" 이라는 대사가 계속 뇌리에 남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추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라는 것. 후기 베토벤의 음악의 특징이기도 한데요. 별별 음악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에게는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듣기 힘든 음악이었을 겁니다. '추함과 아름다움'의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보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여러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9번 교향곡의 프리미어와 대푸가 에 집중하다 보니 칼이나 주변 인물들의 비중이 낮고 그러다 보니 당시 베토벤과 그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베토벤이라는 음악가와 그의 음악을 감성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한 영리한 음악영화로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나 홀츠를 역사적인 현장에 집어 넣기 위해서 영화에서는 몇가지 사실들을 바꿔 놓고 있는데요. 영화가 워낙 인상적이라 이걸 그대로 믿어버리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몇가지 지적해 봅니다. (배경 사실을 잘 아시는 분들은 불편해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군요)

  • 1824년의 베토벤 귀의 상태는 완전 맹인에 가까왔습니다. 영화적인 재미와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베토벤이 사용했던 보청기와 기기들을 보여주고 어느정도 입술과 기구를 통해서 대화를 하는 장면들이 연출됩니다만, 노트없이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 9번 교향곡 프리미어는 1824년 5월 7일에 비엔나의 Karntmetor 극장에서 있었습니다. 연주 목록은 서곡 '헌당식(Consecration of the House)' 과 미사 솔렘니스 중 키리에, 크레도, 아뉴스데이도 함께 연주되었습니다. 비록 연주시간이 긴 교향곡이기는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교향곡 한곡만 연주된 것은 아닙니다.


  • 이 연주회가 그가 대중앞에서 공개 연주한 마지막 연주회는 맞습니다만 영화에서처럼 혼자서(안나의 도움을 받았지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지휘해 내지는 못했습니다. 연습을 도왔던 지휘자들이 실제 연주회도 담당하게 됩니다. 오케스트라 지휘는 슈판찌히(Ignaz Schuppanzigh)가 맡았고, 합창 지휘는 움라우프(Michael Umlauf) 가 바톤을 쥐었습니다. 베토벤은 합창단 근처에 서서는 연주 내내 박자를 세면서 손뼉을 쳤습니다. 연주자들은 그를 제지하고 싶었겠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무시하기로 합니다. 움라우프는 합창단들에게 혼란을 막기 위해서 연주 중에는 절대로 베토벤을 보지 말 것을 지시합니다.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이구요.

  • 영화에서처럼 베토벤은 연주가 끝난 후에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연주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말로는 독창자였던 콘트랄로 카롤리네 웅거 (Karoline Unger)가 베토벤을 관객들에게 돌려세웠고 그제서야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때의 감동을 묘사한 글이 있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like an electric shock on all present. A volcanic explosion of sympathy and admiration followed, which was repeated again and again, and seemed as if it would never end"


  • 카를에 대해서 화난 것을 안나에게 푸는 장면이 있는데요. 자신의 소나타들을 '표제'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었을 테구요. 자신이 직접 붙인 표제 '비창'을 제외하고는 베토벤 생전에는 소나타들에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보통 '표제'는 악보를 출판할 때 출판업자들에 의해서 붙여지게 되는데요. 23번 '열정' 같은 경우는 사후 11년이 지나 비루투오조적인 이 곡을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4손을 위한 연탄곡으로 악보를 고쳐 출판될 때 붙게 됩니다. 14번 월광 같은 경우도 1832년 시인이자 비평가었던 H.F.L. Rellstab가 이 곡의 1악장에 대해 '달빛에 물든 루체른 호수 위를 지나는 조각배를 떠오르게 한다'라고 말해진 뒤 출판업자들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 아래는 삽입된 연주와 사운드 트랙 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 실연 장면들의 연주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전 녹음 오케스트라) Kecskeméti Orchestra (Laszlo Gerhat, Peter Erdei)
    피아노) waldemar Malicki
    바이올린) Marek Wronski

    지휘) 벤자민 월피쉬(Benjamin Wallfisch)
    연주) 런던 필하모닉 과 합창단

    특히 런던 필하모닉과 월피쉬 그리고 감독 홀랜드는 정말 인상적인 연주로 프리미어 장면을 훌륭하게 연출해 주었습니다.

  • 삽입 트랙들의 음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배경 연주들이 훌륭한 이유는 아래의 음원들을 살펴보시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하나같이 주옥같은 명연들이로군요.

    1) Symphony No.9 in D minor Op.125 “Choral” (Decca 음원)
    독창/합창) Lucia Popp, Carolyn Watkinson, Peter Schreier, Robert Holl, Netherlands Radio Chorus
    지휘/연주) Bernard Haitink, the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of Amsterdam

    2) String Quartet No.14 in C sharp minor Op.131 (Decca 음원)
    연주) Takacs Quartet

    3) Grosse Fuge in B flat major Op.133 (Decca 음원)
    연주) Takacs Quartet

    4) String Quartet No.9 in C major Op.59 "Rasumovsky" (Decca 음원)
    연주) Takacs Quartet

    5) Piano Sonata No 32 in C minor Op. 111 (Decca 음원)
    피아노) Vladimir Ashkenazy

    6) String Quartet No.15 in A minor Op.132 (Decca 음원)
    연주) Takacs Quartet

    7) Violin Sonata No.7 in C minor Op.30 (Decca 음원)
    바이올린) David Oistrakh
    피아노) Lev Oborin

    8) String Quartet No.16 in F major Op.135 (Decca 음원)
    연주) Takacs Quartet

    9) Piano Sonata No.5 in C minor Op.10 (Decca 음원)
    피아노) Vladimir Ashkenazy

    10) Symphony No.7 in A major Op.92 (Decca 음원)
    지휘/연주) Kurt Masur, Gewandhausorchester Leipzig

    11) Piano Sonata No 29 in B flat major Opus 106 "Hammerklavier" (Decca 음원)
    피아노) Vladimir Ashkenazy

    마지막으로 교향곡 9번의 4악장을 듣지 않고 갈 수 없지요. 구하지 못한 길렌과 SWF 발췌입니다.

    Symphony No.9 in D minor Op.125
    지휘) Michael Gielen
    연주) SWF-Sinfonieorchester Baden-Baden
    합창) Rundfunkchor Berlin
    소프라노) Vlatka Ossanic
    알토) Hana Minutillo
    테너) Glenn Winslade
    베이스) Alan Titus


    IV. Presto - Allegro assai 《길렌과 SWF 4악장 발췌》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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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렙 2007/04/12 00:41 # 답글

      흠. 꽤 흥미로운 영화였던 것 같네요. <Immortal beloved>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불멸의 연인'이 실은 제수 요한나였다는 좀 개연성 없는 플롯 때문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거든요. (근데 매이너드 솔로몬의 전기를 읽어 보니 물론 요한나가 불멸의 연인이 아니었던 것은 맞지만, 베에토펜과 그녀가 보통 관계는 아니었던 것도 사실인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이 영화의 플롯은 <진주 귀걸이의 소녀>를 생각나게 하기도 합니다. ^^ 홀츠라는 이름은 베에토펜 만년의 친구 중의 한 명이었던 이그나츠 홀츠를 생각나게 하구요. 음 암튼 기회가 되면 DVD를 한 번 구해봐야 겠네요.

      9번이라면 전 아직 결정적인 연주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나마 아르농쿠르의 것이 개중 나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전에는 아바도의 첫 번째 전집에 수록된 연주를 좋아했었죠. 요즘은 아무래도 그의 대규모 관현악곡들은 원전 연주로만 듣는 습관이 들어서, 현대 악기 연주는 아무래도 좀 어색하게 들리더라고요.
    • 다음엇지 2007/04/12 13:18 # 답글

      알렙/ 흠.. 9번의 경우는 저도 그런 편입니다. 집에 음반이 없었던 이유도 그닥 마음에 와닿는 버전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솔로이스트들의 하모니가 마음에 와닿는 경우가 거의 없었구요. 전 아무래도 70년대 말에 그라마폰, EMI 등의 LP로 듣기 시작해서 그런지 고전 이후는 현대 악기들 연주도 괜찮습니다. <(^ ^);;

      아무튼, 꼭 한번 보실만한 영화인 것 같네요. 수입을 했으니 개봉은 안해도 DVD로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중입니다.
    • DAIN 2007/04/13 21:47 # 답글

      잘 읽었습니다. 그저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릴 수 있기를 빕니다. T_T ('불멸의 연인'은 나쁘진 않았지만 어째 뮤직 비디오 같았던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 다음엇지 2007/04/14 09:25 # 답글

      DAIN/ 어서오세요. ^^ 넵,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결국 본의 아니게 암흑의 경로를 찾아 헤매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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