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우주가 평평해 진 것도 모르고 살았네요. by 다음엇지

ExtraD님의 WMAP data release (3yr) 와 함께 합니다.

사실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되고 싶은 것이 많지요. 동물이나 탐험같은 것을 다룬 프로나 책을 보면 박물학자가 되고 싶고, 또 아폴로호 같은 우주선이나 블랙홀등을 다룬 책들이 아니더라도 밤하늘의 쏟아지는 듯한 별들의 문양을 보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별을 보면서 별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지요.

저도 꽤나 어린 시절 별들에 대한 책을 읽으며 꿈을 꾸었고, 비록 우주에 대한 전공은 하지 못했지만 한 10년전쯤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는 관심의 줄을 놓치 않고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사회에 나와서 전혀 다른 분야의 일로 입에 풀칠을 하게 되고 나서는 신문이나 뉴스에서 다뤄주지 않는 이상 노벨상 이외의 것들은 사실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종로 4가 종묘 담벽을 따라가다 보면 <연구공간 수유+너머>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연구원들의 깊은 세미나와 토론회 외에도 대중들을 위한 교양(?) 강좌들이 개최되고 있는데요. 이번 여름강좌에 우주의 시공과 생명이라는 강좌가 있습니다. 15일 부터 시작했는데요. 첫번째 시간은 '상대성 이론과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뤄졌습니다.

이날의 주제는 바로 WMAP(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의 성과와 그 의미였는데요. 전에 ExtraD 님의 포스팅을 보고 놀랐었지만, 실제로 그 결과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니 충격으로 다시 다가오네요. 입에 뇌까린 말은 바로 이것이죠.

"아.. 오메가가 1 이 된지도 모르고 세상을 살았구나.."

다음은 2003년 WMAP가 38만년 우주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 그 해 SCIENCE誌가 그 해의 최고의 사건으로 이 어마어마한 결과를 다루면서 게재한 글입니다.

Illuminating the Dark Universe 암흑 우주의 모습을 분명하게 밝히다!
사진은 바로 WMAP가 찍은 38만년 된 우주의 모습입니다. baby universe라고 하죠. 바로 플라즈마 상태에서 별이 생성되는 조건(아주 미세한 온도차이 분포)이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빛이 방출되기 시작한 바로 그때. 현재의 우리가 있게 만든 바로 그 당시의 우주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하게 촬영한 모습입니다.

it ends a decades-long argument about the nature of the universe and conrims that our cosmos is much, much stranger than we ever imagined.

이것 (위의 알록달록한 사진)은 우주의 본질에 대해서 몇십년간 이어져 온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우리의 우주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상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아 정말,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살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어마어마한 사실을 몇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접하게 된 것일까요.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림은 WMAP가 찍어온 사진인 빅뱅 이후 38억년된 우주로 부터 현재의 우주까지가 그대로 규명되고 설명된 사진입니다.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로서 우주의 나이는 거의 정확하게 137억년이 되었습니다. 오차는 몇십만년 정도이기 때문에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엄청난 정확도입니다!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나이는 150억년 정도였죠. 기존에는 어떤 책에는 150억년으로, 어떤 책은 200억년으로, 조금 양심적인 책은 150억년에서 200억년 사이라고 기술했었죠.

좀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있곘지요. 지금의 우주의 나이가 137억년이라는 건 알겠는데, 38만년된 우주, 즉 지금부터 136억년전의 우주를 촬영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선물입니다.
이 식이 상대성 이론의 상징적인 존재이고 현재의 원자력 발전이나 여러가지 현대 문명의 이기를 가져오게 되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더 위대한 식은 바로 이것입니다.
시공간의 속도는 빛의 속도(c)와 같다는 것인데, 흔히 말하는 시간의 패러독스를 의미합니다. 가만히 정지해 있을 때 시간은 빛의 속도입니다. 반대로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시간은 정지해 있게 되죠.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열심히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살아야 젊게 살 수 있다 라는 것을 의미할 수 도 있겠지만, 바로 빛!은 자신이 탄생한 바로 그때부터 늙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이 빛은 우주 공간을 아직도 계속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99억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빛을 찾아 99억년전의 아기 우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덕분에 우리는 바로 우주의 구조와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파고들자면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런 연구의 결과 우주의 역사와 구조를 연구하는 우주론은 두가지 숫자를 찾는 학문이 되었습니다.

바로 우주의 팽창계수인 허블상수(H)와 우주의 평균 밀도(Average Density)인 오메가 입니다.
우주론의 역사는 바로 이 허블상수와 오메가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는가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오메가가 알려주는 정보는 바로 우주가 영원히 팽창할 것인가, 아니면 언젠가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할 것인가에 대한 우주의 미래의 모습을 알려줍니다. 폭발 후 발생한 운동에너지와 각 입자들 간에 작용하는 중력 에너지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만일 오메가가 1이하이면 운동에너지가 중력에너지보다 크기 때문에 계속 팽창하게 되고, 1보다 크다면 언젠가는 중력에너지에 의해 팽창을 멈추게 되고 다시 수축하여 없어지는 Big Crunch가 일어나게 되지요.

WMAP의 업적은 이 오메가가 1이라는 것을 규명해주면서 오메가에 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주었습니다. 정말 이상하지만 우주가 생성되는 순간 팽창하는 에너지와 중력에너지가 정확한 균형을 이루고 태어났다는 것이지요. 가슴이 설레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Flat Universe 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네요. 우리의 우주는 Big crunch가 일어나지 않는 평면 우주로 영원히 팽창하게 됩니다. 사실 몇년전에 이렇게 설레였어야 하는데 지금에야 이렇다는 것이 많이 억울합니다.

더군다나 이 사진으로 분석된 스펙트럼 정보는 우주의 구성물질의 조성비까지도 거의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이에 의하면 우주는 별이나 나무나 사람등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물질들은 단 4%에 불과하고 22%가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베일에 싸인 물질들(dark matter). 그리고 나머지 73%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로 이루어 졌다는 것을 WMAP가 밝혀 냈습니다. dark가 붙은 것은 한마디로 뭔지 모르겠다는 거죠. 우주는 아직 인간에게 4% 정도의 얼굴만을 보여준 것이죠.

이로써 빅뱅이라 불리는 Inflation Theory(팽창이론)은 확실한 근거를 갖게 되었습니다. 실측 결과들이 계속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물론 정말 우주의 구조에 대해서 알게 되려면 우연히 폭발하여 팽창하고 있는 가장 초창기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이 나와야합니다. 이는 복잡한 이야기인데, 초기 우주라 생각되는 극단 상황에서는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양립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기괴한 우주라는 것이 얼마나 더 기괴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게 될지 흥미 진진합니다. 이를 설명해줄 유력한 이론이 현재는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입니다. 만일 초끈이론이 옳다고 증명된다면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 계속 일어나게 됩니다.

참, 이번에 조사를 하다 보니 WMAP의 놀라운 성과에 자극을 받은 유럽연합에서 WMAP보다 훨씬 더 세밀한 정밀도에다가 빛의 polarization 정보까지도 측정할 수 있는 ' Planck "라는 이름의 측정기를 탑재한 위성을 쏘아올린다고 하는군요. WMAP보다 더 자세하고 많은 정보를 내년에는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또 어떤 엄청난 정보들이 우주의 비밀을 조금씩 밝혀주게 될까요. 정말로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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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cdc 2006/07/17 00:58 # 답글

    밸리타고 왔습니다. 아, 그 강좌 들을걸 안타깝게 되었군요 ㅠ_ㅠ 너무 재밌겠다; 괜찮으시면 수업내용 이렇게 포스팅 자주 해주시면... ^^; 링크 신고합니다. 전 수유 너머에서 영화 세미나 듣고 있답니다. 혹시 얼굴 마주칠 수도 있겠네요!
  • ExtraD 2006/07/17 01:06 # 답글

    한국에서도 WMAP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우주론적 의미를 연구하시는 분들이 계시답니다. 한국의 기초과학 수준이 문제라기 보다는 한국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수준'과 '사회적 관심 및 인정하는 수준'이 낮다고 보는게 더 맞는 것 같아요. ^^
  • ExtraD 2006/07/17 01:08 # 답글

    그나저나 그 강사분이 누구신지 궁금하네요. 혹, 제가 아는 분일지..
  • 다음엇지 2006/07/17 01:22 # 답글

    dcdc/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

    ExtraD/ 넵. 말씀하신대로 투자, 관심 수준이 맞겠지요. 조금 더 사회적 관심 및 인정하는 수준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 강사분은 박문호 박사님이신데요. 대전의 전자통신연구원이 계시고 듣기로는 레이저쪽이 전공이신 것 같네요, 국내에서는 뇌쪽 공부로 더 유명하세요. 몇개의 강좌에 참석했는데요. 수학을 모르는 일반인들 앞에서 고집스럽게 방정식을 끝까지 차근차근 유도하시는 모습과 엄청난 독서량에서는 어떤 아우라가 느껴지십니다.
  • 저공비행사 2006/07/17 02:37 # 답글

    재미있네요. ^-^ 역시나 조금 어렵긴해도요.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역시 과학의 발전앞에, 진리는 바뀐다고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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